새 아파트 입주민은 봉이다?

대구에서 살다가 수원으로 2010년 3월에 이사 와서 전세를 살고 있었던 P씨. 20년 동안의 회사생활로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어렵사리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아 올 11월 29일 입주를 했다. 물론 입주 시 일부 금액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다. 한국에서 월급쟁이로 살아가면서 순수 자기 돈으로 아파트 한 채 장만은 쉽지 않다.
 
P씨는 47년 만에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했던 기쁨과 새집에서 가족들이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입주 후 일주일을 살아보면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시했다. 국내에서 도급순위 기준 몇 손가락에 안에 드는 S 건설회사도 입주민 처지가 아닌 오직 회사 입장에서만 일을 했다는 것을 이번 아파트 입주를 하면서 몇 가지 예에서 느낄 수 있었다.

첫째, 주변 도로공사 일정과 아파트 완공 일정이 사전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건설회사 입장에서 시청 관계자와 사전협의를 하면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이렇게 진행되었다고 답변은 했지만, 건설회사가 진정으로 아파트 주민 입장이었으면 이렇게 협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파트 주변 도로공사 미완료로 인해 아침 출근길에 인도를 이용하기가 어려워 마주 오는 차량을 보면서 언제 차량이 덮칠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차도로 걸어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면 이렇게 주변 도로공사 지연을 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상황이고, 상황이 이러하다면 시청 관계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여 아파트 입주시기와 맞추어 공사를 끝내주었어야 했다. 만약 이렇게 지연된 공사로 인해 아파트 입주민이 불가피하게 차도로 걷다가 차량 사고를 당했을 때 건설회사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둘째, 건설회사의 일관성 없는 하자보수 대응방법을 지적하고 싶다. 입주한 두 아파트가 똑같이 부엌 하단 문짝이 동일하게 흠집이 나서 수리 요청을 하였는데 A동 아파트는 흠집을 페인트로 칠을 해서 수리를 해주고 B동 아파트는 흠집 난 문짝을 통째로 갈아 주었다. 왜 이렇게 대응방법이 다를까? A동 아파트 입주민은 강하게 요구를 하였고 B동 아파트 입주민은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기에 건설회사 측에선 안이하게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도 목소리를 크게 높여야 하는 이유를 여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동일한 상황에 같은 잣대를 갖고 대응을 해주어야 입주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순간의 위기상황만 넘기면 된다는 얄팍한 대응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회사가 건설한 아파트도 이러할진대 이보다 작은 규모의 건설회사에서 건설한 아파트에 입주한 입주민은 더한 어려움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이라 하더라도 매년 건설회사들이 수 만 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P씨처럼 부푼 꿈을 안고 새 아파트입주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평생 모은 돈을 쏟아 부은 새 아파트에서 제대로 된 아파트,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선 입주예정자분들끼리 많은 대화를 통해 건설회사를 상대로 명확하게 강하게 입주민들의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