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신흥국 증시 울때, 美는 마지막 날까지 웃었다

작년 한국 증시의 주가 성적은 전 세계 86개국 증시 가운데 중위권 이하였다. 코스피지수는 0.7% 오르며 상승률로는 64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에는 상위 50%대에 진입하는 성적을 냈는데, 올해는 상위 70% 밖으로 밀려났다.

블룸버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 세계 86개국 주가 상승률을 집계해본 결과 19개국을 제외한 67개 국가 증시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ㆍ일본ㆍ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증시가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반면 지난 몇 년간 선진국의 빈자리를 메우며 선전했던 신흥국 증시는 대부분 주춤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신흥국으로 보는 한국 증시도 이 같은 흐름을 비켜가지 못했다.

지난해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국가는 베네수엘라(480.5%)였고, 가장 많이 내린 국가는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43.8%)였다.

◇일본 증시 날았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닛케이 평균은 작년 한 해 동안 56.7% 상승했다. 지난 20년간 침체됐던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름과 이코노믹스의 합성어)'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엔화 가치 하락에 힘입어 수출 중심 제조업체 주가는 지난해 상승 흐름을 탔다.

미국 증시도 기분 좋은 한 해를 보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나타나면서 증시도 이에 따라 움직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지난 1년간 26.5% 상승하며 1995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1년간 29.6% 오르며 1997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38.3% 뛰었다.

유럽 국가 증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드리웠던 재정 위기의 그림자가 걷히면서 유럽 경제의 성장세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덕분이다. 한때 재정 불량국으로 불리던 그리스(28.1%), 스페인(21.4%), 아일랜드(33.6%) 증시가 올랐고, 독일(25.5%), 프랑스(18.0%) 등 유로존 내 주요 국가 증시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불가리아(42.3%), 핀란드(26.5%) 등 유로존과 끈끈한 무역관계를 맺은 동유럽 국가도 괜찮은 성적을 냈다.

◇신흥국 부진 속에 인도 고군분투

신흥국 증시는 지난해 크게 출렁였다. 미국이 양적 완화(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거의 모든 나라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었는데, 이 과정에서 돈이 많이 흘러들어 간 곳이 신흥국이었다.

양적 완화가 끝나게 되자 이런 과거가 신흥국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예전처럼 돈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다수 신흥국 증시는 지난해 약세를 보였다. 선진국 경제 회복도 신흥국 입장에서는 악재였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6.7% 하락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중국 증시에 걸림돌이 됐다. 러시아는 5.6% 내렸고, 브라질은 15.5% 떨어졌다. 러시아와 브라질 모두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브라질은 원자재 주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둔화 탓에 증시 하락 폭이 더 컸다.

다만 인도 증시는 37.0% 오르며 오히려 반대 양상을 보였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세운 정치 세력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경제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였다.

브릭스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멕시코(-2.2%)와 인도네시아(-1.0%), 터키(-13.3%) 증시도 지난해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태국(-6.7%) 증시의 하락 폭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