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婚 배우자 상속몫, 기간·재산기여 따라 달라져

법무부가 배우자의 상속 몫을 대폭 늘리는 대신 자녀 몫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속법 개정을 추진 중인 사실이 확인 됨에 따라 향후 입법(立法)과 시행 일정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본지 2일자 A1·10면 참조〉.

2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 특별분과위원회는 '법정 상속분'을 규정한 민법 제1009조 2항에 대한 개정 방안을 이달 중 법무부에 낼 계획이다. 개정위원회는 사망 배우자가 남긴 재산의 절반을 생존배우자가 먼저 받고, 나머지 절반은 기존 방식대로 배우자가 자녀보다 50%만 더 분배받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법무부는 개정위원회 방안을 일부 보완해 이르면 이달 중 입법 예고하고 각계 의견을 청취 수렴한 뒤에 최종 개정안을 상반기 중 국회에 낼 계획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새 상속법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앞으로 각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부터 격론이 예상된다. 우선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우리 국민에게 상속이란 피상속자(사망한 사람)가 생애에 걸쳐 이룩한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배우자에게 더 많은 재산을 양도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상속은 자녀에게 가는 수직적 개념이지 배우자에게 가는 수평적 개념이 아니다"면서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정위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서 한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자식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생활하는 40~50대가 대부분"이라며 "경제 능력이 부족한 생존 배우자가 더 많은 부분을 상속받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제력 부족한 나이 든 배우자를 젊은 자녀보다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한 자녀를 둔 가정이 많아 사회적으로도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졌으나, 갈수록 우리 사회는 노인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이른바 '황혼 재혼' 배우자는 사망자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게 적은데 상속 재산 절반을 배우자가 가져가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측은 이에 대해 "혼인 기간이 짧으면 배우자가 먼저 가져가는 '선취분' 50%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로 했다"면서 "혼인 기간, 재산 형성 기여도 등을 감안해 법원에서 선취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사망자의 유언과 유가족 협의가 법정 상속분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개별 가정에서 이뤄지는 상속 배분은 다양하게 결정될 수 있다.

일부에선 국가의 이중 상속세 부과 문제를 거론한다. 사망 배우자에게서 자녀로 전해지던 상속 재산이 생존배우자를 거치면서 한 번 더 상속세를 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속 재산에 대한 면세 금액이 적지 않은 데다, 상속세를 통한 세수 확대로 부의 재분배 효과가 있어 이번 법 개정에 대한 찬성 입장도 만만치 않다.

김상용 민법개정특별분과위원장은 "재산을 쓰기만 했던 자녀보다는 재산 형성에 기여하고 노후 보장이 필요한 배우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