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畵를 예술로 이끈 학자 '대갈 선생'을 아십니까?

"바로 이거야!"

민속연구가 대갈(大渴) 조자용(趙子庸·사진·1926~2000) 선생이 1960년대 자가용으로 부산에 내려갔다고 한다. 마음에 쏙 드는 민화 병풍을 발견했는데 돈이 모자랐다. 그는 즉석에서 자가용을 팔았다. 선생은 구입한 병풍을 짊어지고 운전사와 함께 기차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조선 후기 실용그림인 민화(民畵)에서 해학과 풍자, 강렬한 색채와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아내 '전통 회화'로 우뚝 세운 1등 공신이 바로 대갈 선생이다. '대갈'은 '크게 목마르다'는 뜻. 어쩐지 우스꽝스러운 호다. 대갈 선생을 추종해 조자용기념사업회장을 맡은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생전의 그는 '대갈 조선생'이라는 장난스러운 호칭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그는 늘 예술과 술에, 학문에 목이 마르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갈 선생의 원 직업은 건축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구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그는 정동 미국대사관저, 종로2가 YMCA 빌딩 등을 설계했다. 대갈은 1960년대 후반부터 민화와 기와 수집에 매달렸고, 1968년에는 '에밀레박물관'을 개관해 해외에까지 민화 가치를 알렸다.

이 대갈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제1회 대갈문화축제가 3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층에선 '호작용(虎鵲龍) 2폭 병풍' 등 그가 수집한 민화 20여점, 2층에선 현대민화공모전 수상작 48점이 전시된다. 학술세미나, 전통문화공연, 민화 그리기 체험 행사도 함께 열리는 문화축제다. (02)73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