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10억 있는 年소득 1억9000만원 자산가… 아내에 예금 6억 넘기고 보험(저축성) 2억 들면 680만원 節稅

국회가 지난 1일 38%의 최고세율을 부과하는 소득 과표 구간을 기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 조정하면서, 과표소득(각종 공제를 하고 난 뒤 남는 소득)이 1억5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이들의 실제 연소득은 1억7000만원(세전) 이상인데, 지난해 기준 12만4000명 정도 된다. 직장에서 받는 연봉이 1억7000만원이 되지 않더라도 각종 부업이나 임대, 금융자산 투자를 통한 소득을 합쳐 1억7000만원을 넘으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지금 당장 최고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급여 인상이나 부업에 따른 소득 증가, 국회와 정부의 추가적인 과표 하향 조정 등 변수가 있으므로 고소득자들의 절세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소득 쪼개고 비과세 상품 가입

절세를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은 소득을 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가장의 과세 대상 근로소득이 8000만원, 과세 대상 금융소득이 8000만원이면 합계 1억5000만원을 초과해 최고세율이 부과된다.

이때 아내 등 가족 앞으로 일부 금융자산 명의를 옮겨서 금융소득 8000만원 중 일부를 다른 가족이 벌게 하면, 가장의 금융소득이 줄어들면서 최고세율을 피할 수 있다. 부부 6억원, 성인 자녀 3000만원, 미성년 자녀 1500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자산을 넘겨줄 수 있다.

다음으로 최대한 비과세 혜택이 있는 금융 상품을 찾아 가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나오는 소득은 과세 대상에서 빠지므로 그만큼 과표소득을 낮출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연소득 1억7000만원인 사람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과표는 연소득에 거의 근접하지만, 적극적으로 비과세 상품에 가입해 과세 대상 소득을 2000만원 줄인다면 과표소득이 1억500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최고세율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세 상품은 크게 보험·채권·주식으로 나뉜다. 보험의 경우 저축성보험에 일시금으로 2억원 이하로 납입해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이 비과세된다. 또 적립식으로 하면 5년 이상 일정 금액을 매월 납입해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된다. 주식은 현재 세법상 매매 차익에 대해 따로 과세 조항이 없다. 주식을 직접 사고팔아 이익을 낼 때는 물론, 주식형펀드의 수익 중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 따른 수익은 비과세된다. 해외 주식은 매매 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최고 38%인 종합소득세율보다는 낮으니 활용할 만하다.

황재규 신한은행 재무팀장은 "예전보다 비과세 금융 상품이 많이 사라졌지만 상품 고유의 특징을 잘 활용해 투자하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세금을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 절세법도 많다

채권 투자를 통한 절세 방법도 많다. 물가상승률만큼 원금 자체가 커지는 '물가연동국채'의 경우 원금 증가분은 이익으로 보지 않아서 비과세된다. 또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을 구입하면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은 과표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15.4%의 별도 이자소득세만 내면 된다. 다만 2013년 이후에 발행된 채권은 3년 이상 보유해야 분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과의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위안화양도성예금증서도 비슷한 혜택이 주어진다.

임대를 해주는 다주택자의 경우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게 나은지 판단해 볼 필요도 있다. 전세를 내줄 때가 월세를 내줄 때보다 세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남는 집을 전세로 내줄 때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지만 월세로 내주면 수익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사는 "최고세율을 피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기존 제도를 활용해 최대한 과세 대상 소득을 낮추는 것"이라며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일반 소득세와 연동하므로 부동산을 팔 계획이 있는 사람은 전문가와 상의해 절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