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친구 따라 1000% 간다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코스피지수는 44.15포인트 내린 1967.19에 거래를 마쳤다. 그 다음날에도 코스피지수는 2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차 등 증시 대표선수의 주가가 하락한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크게 출렁인 것. 6일에는 이들 기업의 주가가 반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0.4%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대표되는 현대자동차그룹. 제조업체의 국내 양대(兩大) 산맥에 한국 증시가 휘둘리고 있다. 대다수 국내 기업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고전하는 동안 실적 개선을 이루며 독주한 덕분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질주는 국내 주식시장의 양극화를 가져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그리고 해당 기업의 협력사까지 합친 41개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5년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1318개 상장사(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모두 합친 숫자)의 시가총액은 2배도 채 늘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현기차 시총, 전체 27%

6일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15조원, 현대차 58조원, 기아차 21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21.7%, 5.9%, 2.1%를 차지하고 있다. 38개 협력사를 합한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26.9%를 차지하고 있다.

6일 조선비즈가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의뢰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사의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2008년 말 이후 2013년 말까지 5년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전체 시가총액은 모두 682조원 증가했다. 그 중 153조원은 삼성전자의 몫이고, 현대차·기아차는 71조원 늘었다. 협력사 38개사의 시가총액도 47조원 증가했다. 5년간 전체 시가총액이 2배 증가할 때 삼성전자는 3배, 현대차·기아차는 7배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204% 상승했고, 현대차는 499%, 기아차는 756% 올랐다. 삼성전자 협력사 가운데 옵트론텍·플렉스컴·세코닉스·인터플렉스 등이 5년간 1000%이상 올랐다. 현대차 협력사 중 평화정공은 900% 넘게 상승했다.

◇IT·자동차만 호황… 의존도 높아져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 등 IT와 자동차주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것은 간단히 말해 실적 때문이다.

2012년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매출액은 각각 141조원과 71조원을 기록했다. 4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해 각각 93.6%, 46.5%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2012년 순이익은 17조3985억원으로 같은 기간 214.9% 증가했고, 현대·기아차는 7조4102억원으로 374.5% 늘었다.

협력사도 함께 성장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 중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회사는 현대모비스·한라비스테온공조·S&T중공업 등 총 38개사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2012년에 40조원을 기록, 2008년보다 2배 가까이(97.7%) 증가했다. 2008년 1조3036억원이었던 순이익은 2012년 3조6870억원으로 182.8% 늘었다.

◇1318개 기업이 삼성전자 하나만 못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그 협력사를 제외한 나머지 1318개 상장사만 놓고 보니 성장세가 확연히 떨어졌다. 이들 기업의 2012년 매출액은 1054조원으로 2008년보다 19.4% 증가하는데 그쳤다. 순이익은 27조1470억원으로 같은 기간 16.6% 늘었다. 이 기간의 삼성전자·현대·기아차 협력사 순이익 증가율(182.8%)보다 11배 낮은 수치다.

지난해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9개월간 13조961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협력업체가 아닌 상장사의 순이익은 13조8826억원을 기록했다. 1318개 기업이 삼성전자 하나보다 못한 실적을 낸 것이다.

안중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국내 기업의 경영 위축 정도가 심하다"며 "서비스산업과 부품소재산업 등 새로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