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절하된 스님, 효당 최범술을 아십니까

불교 승려·독립운동가·교육자·차도인(茶道人)·정치가로 작지 않은 자취를 남긴 효당(曉堂) 최범술(崔凡述·1904~ 1979·사진) 선생이 남긴 글을 한데 모은 '효당 최범술 문집'(전 3권·효당사상연구회 편·민족사)이 발간됐다.

최범술 선생은 경상남도 사천 출신으로 12세 때 사천 다솔사(多率寺)로 출가했고, 3·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1922년 일본으로 건너가 다이쇼(大正) 대학 불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무정부주의자 박렬(朴烈)과 함께 활동하면서 일왕 암살 계획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1932년 도쿄에서 불교계의 항일 비밀결사인 만당(卍黨)을 조직했고, 1933년 귀국 후 만해 한용운의 지도를 받으며 다솔사를 만당의 근거지로 만들어 은밀히 독립운동을 벌였다.

이런 인물이 왜 불교계에서조차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한국근현대불교사)는 "효당의 많은 업적에도, 대처승(帶妻僧)이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 불교의 영향으로 대부분 승려들이 대처승이었다.

'효당 최범술 문집'은 제1권에 원효 스님 등에 관한 학술논문과 신문·잡지 등에 실었던 기고문, '국제신보'에 연재했던 자서전이 실렸다. 제2권은 불교를 쉽게 풀이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차도(茶道)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한 '한국차(茶)생활사' '한국의 차도(茶道)' 등 생전에 간행했던 단행본을 수록했다. 제3권은 효당에 관한 글이 담겼다.

효당은 광복 후 해인대 설립과 제헌 국회의원 등 사회, 정치활동에 참여했고 만년에는 다솔사에 차밭을 일구고 관련 저술을 내는 등 일제강점기 끊긴 한국 차도(茶道)의 명맥을 다시 잇는 데 전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