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투기에 춤추는 한국의 長期금리(10년짜리 국채 금리)
입력 : 2014.01.07 22:24
美가 양적 완화 축소 밝히자 작년 말 한국만 장기금리 하락
외국인이 금리 인하 기대하고 國債선물 사들인 영향
외국인 비중 높아 쉽게 휘둘려… 금융당국 "시장 안정방안 고민"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 완화 축소 방침을 발표한 이후 미국 등 주요국에선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2월 초 2.8% 수준에서 12월 말 3.0%로 0.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양적 완화 축소는 확장적인 통화정책의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것이 정상적인 현상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미 연준의 발표 이후 연말까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0.09%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채권 전문가와 금융 당국은 외국인이 투기 목적으로 국채선물을 사들인 게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 골드만삭스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뒤 채권금리가 더 떨어졌는데, 이를 두고 외국인들의 베팅이 다시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적 완화 축소는 확장적인 통화정책의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것이 정상적인 현상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미 연준의 발표 이후 연말까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0.09%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채권 전문가와 금융 당국은 외국인이 투기 목적으로 국채선물을 사들인 게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 골드만삭스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뒤 채권금리가 더 떨어졌는데, 이를 두고 외국인들의 베팅이 다시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0년 장기 국채금리는 2013년 1월 평균 3.05%에서 4월에는 2.9% 아래까지 밀린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외국인들이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10년 만기 국채선물을 7500억원(순매수 금액) 정도 사들인 게 영향을 미쳤다.
장기금리가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급등락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실수요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시장을 떠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 국채금리 자체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금리 등락에 따라 장기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연기금이나 보험회사들이 평가손실을 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기에 춤추는 우리나라 장기금리
선물이란 특정한 상품을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국채선물은 거래 대상이 국채인 선물계약이다. 보통 '3개월 뒤 10년 만기 국채를 00% 금리로 매매한다'는 형식으로 체결되는데, 만기 때 채권가격과 선물계약을 맺을 때 채권가격을 비교해 차액만 결산하는 구조다. 금리 인하(채권값 상승)를 예상해 선물계약을 맺은 외국인은 금리가 내려 채권값이 오른 만큼만 이득을 챙겨가는 것이다.
외국인이 값이 오를 것(금리는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국채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굳이 '3개월 뒤에 매매한다'는 약속(선물)을, 그것도 10년 만기 국채에 대해서만 베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달리 선물 투자는 '채권을 매매하는 약속'을 사는 셈이라, 투자에 필요한 돈이 적다. 예를 들어 3개월 뒤 33억원의 국채 매매를 약속하는 데 드는 돈(증거금)은 1억원이면 된다. 같은 돈으로 33배의 채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거액의 채권을 살 수 있는 위치만 확보해 만기에 차익을 챙기는 게 가능한 셈이다.
특히 10년 만기 국채선물 시장은 전체 거래량 중에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해 비중이 높다. 10년 현물 국채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10%를 조금 넘기는 것에 비해 더 비중이 커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유리한 이런 환경은 우리 금융시장에서 꼬리(파생상품)가 몸통(국채금리)을 흔드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10년 이상 국채 거래 규모는 하루 평균 1조~1조2000억원 수준인데, 선물시장을 활용하면 300억원이 조금 넘는 투자금으로 시장금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금융 당국 "국채선물, 역외선물환(NDF)처럼 채권시장 교란" 우려
금융 당국과 시중의 채권 기관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이 주도하는 이 같은 장기금리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증권사 임원은 "선물 계약의 매수·매도세가 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물시장이 흔들리면 국채금리도 영향을 받는다"며 "외국인들이 한 방향으로만 거래하는 경향이 있어 금리 결정이 이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투기 목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장기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기관 투자를 확대해 선물거래 물량을 늘리는 등 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20년 이상 장기 국채선물 시장도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최근의 시장 움직임을 볼 때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금리가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급등락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실수요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시장을 떠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 국채금리 자체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금리 등락에 따라 장기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연기금이나 보험회사들이 평가손실을 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기에 춤추는 우리나라 장기금리
선물이란 특정한 상품을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국채선물은 거래 대상이 국채인 선물계약이다. 보통 '3개월 뒤 10년 만기 국채를 00% 금리로 매매한다'는 형식으로 체결되는데, 만기 때 채권가격과 선물계약을 맺을 때 채권가격을 비교해 차액만 결산하는 구조다. 금리 인하(채권값 상승)를 예상해 선물계약을 맺은 외국인은 금리가 내려 채권값이 오른 만큼만 이득을 챙겨가는 것이다.
외국인이 값이 오를 것(금리는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국채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굳이 '3개월 뒤에 매매한다'는 약속(선물)을, 그것도 10년 만기 국채에 대해서만 베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달리 선물 투자는 '채권을 매매하는 약속'을 사는 셈이라, 투자에 필요한 돈이 적다. 예를 들어 3개월 뒤 33억원의 국채 매매를 약속하는 데 드는 돈(증거금)은 1억원이면 된다. 같은 돈으로 33배의 채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거액의 채권을 살 수 있는 위치만 확보해 만기에 차익을 챙기는 게 가능한 셈이다.
특히 10년 만기 국채선물 시장은 전체 거래량 중에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해 비중이 높다. 10년 현물 국채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10%를 조금 넘기는 것에 비해 더 비중이 커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유리한 이런 환경은 우리 금융시장에서 꼬리(파생상품)가 몸통(국채금리)을 흔드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10년 이상 국채 거래 규모는 하루 평균 1조~1조2000억원 수준인데, 선물시장을 활용하면 300억원이 조금 넘는 투자금으로 시장금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금융 당국 "국채선물, 역외선물환(NDF)처럼 채권시장 교란" 우려
금융 당국과 시중의 채권 기관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이 주도하는 이 같은 장기금리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증권사 임원은 "선물 계약의 매수·매도세가 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물시장이 흔들리면 국채금리도 영향을 받는다"며 "외국인들이 한 방향으로만 거래하는 경향이 있어 금리 결정이 이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투기 목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장기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기관 투자를 확대해 선물거래 물량을 늘리는 등 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20년 이상 장기 국채선물 시장도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최근의 시장 움직임을 볼 때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