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골칫거리 空매도… 미리 규모 알 수 있게 됐다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부터 한 뒤 나중에 매수해 갚는 공매도는 투자자들의 골칫거리다. 예기치 못한 매물이 나오기 때문. 이런 공매도 규모를 미리 예상할 수는 없을까.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 2일부터 집계해 발표하는 '종합비용지수'가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종합비용지수란

종합비용지수란 주식을 빌릴 때 지불하는 대차 수수료를 지수로 만든 것이다. 이 지수를 보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투자자들이 주식의 원래 주인들에게 어느 정도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종합비용지수가 2.00이라면 상장사 주식을 빌릴 때 평균적으로 연 2% 이자를 준다는 얘기다.

종합비용지수가 오른다는 건 그 주식을 빌려주고 이자를 높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니 그만큼 공매도를 원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예탁원은 대차 업무의 80% 정도를 주관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종합비용지수를 만든다. 2008년 1월부터 현재까지의 매일 이자율을 예탁원의 증권정보 포털사이트 '세이브로'에서 볼 수 있다.

6일 기준 종합비용지수는 2.18로, 전날에 비해 0.04% 올랐다.

전문가들은 종합비용지수를 참고해 공매도량, 나아가 코스피지수를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고 본다. 종합비용지수를 보면 향후 코스피지수의 방향이 보인다는 얘기. 코스피지수의 선행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용지수 상승 때 코스피지수는 하락하는 경우 많아

지금까지 종합비용지수가 상승하면(주식을 빌릴 때 지불하는 수수료가 비싸지면) 코스피지수는 하락 국면에 진입할 때가 많았다.

2008년 10월 7일만 해도 1371선이었던 코스피지수는 20일 뒤인 10월 27일엔 미국발(發) 금융 위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892까지 떨어졌고, 그해 12월까지 계속 1100 안팎에서 맴돌았다. 당시 비용지수는 2.99에서 5.05로 치솟았다.

2011년 8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해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당시 코스피지수는 2100선에서 두 달 만에 1644까지 하락했는데, 비용지수는 2.02에서 2.93으로 올랐다.

지수 움직임이 크지 않았던 지난해도 비슷했다. 7월 19일을 기준으로 1.53이었던 비용지수가 한 달 뒤인 8월 14일 2.50까지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940선에서 한때 1839까지 하락했다. 비용지수가 오르기 시작하자 뒤이어 코스피지수가 하락했던 것이다.

한편 8월 고점을 찍은 비용지수는 1.48까지 하락했는데, 비용지수가 하락할 때 코스피지수는 2060까지 상승했다.

◇무조건적인 신뢰는 위험

물론 이것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대차 수수료에 영향을 주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대차 목적은 공매도뿐만이 아니다.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헤지(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차하는 경우가 있고, 바스켓(종목 꾸러미)에 담고 싶지는 않지만, 일정 비율을 편입해야 할 때 대차하는 일이 있다. 일부 외국계 투자사는 해당 종목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낮지만 반드시 편입해놔야 할 때 주식을 빌려서 넣어 놓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대차 이자율 또한 어느 정도는 시중금리와 연동돼 움직인다. 시중금리가 상승한다면 뚜렷한 이유 없이도 대차 이자율이 오를 수 있는 것.

1월엔 대차 이자율이 오르는 일이 많다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1월엔 12월에 배당 등의 이유로 주식을 원소유주에게 반납했다가 다시 빌리곤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차 이자율이 올라간다. 2012년 12월 31일 2.46%였던 대차 이자율이 2013년 첫 거래일엔 3.73%까지 뛰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올해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1.8%대였던 대차 이자율은 현재 2.1~2.2%까지 올랐다.

☞종합비용지수

주식을 빌릴 때 지불하는 대차 수수료를 지수로 만든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2일부터 증권포털 세이브로를 통해 종합비용지수를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