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길은 시각 장애인에게는 등대다. 오늘은 일요일. 중앙선 회기역에서 청바지를 입은 어떤 중장년의 시각 장애인이 스틱을 툭툭 치며 인파를 헤쳐나간다. 한 손에만 스틱이 있다. 노란 블록을 치며 개찰구(改札口)로 향한다. 빛은 최소 경로를 간다. 사람도 대개 지름길을 찾는다. 노란 길은 누구에게나 같다. 그 직각으로 된 길을 따라가면 시각 장애인도 복잡한 길로 다닐 수 있다.
빠른 길을 안내해 주려 그분의 팔꿈치를 잡는다. 바로 거절당했다. 이유는 몇 걸음을 더 가자 알게 된다. 노란 길은 요철이 있어 스틱으로 촉각이나 반향을 들어가게 되어 있다. 팔을 붙잡고 안내하는 게 오히려 불편할 만큼 잘 만들어져 있다.
모(某) 의료원은 회기역에서 가깝다. 일요일에 더 붐빈다. 446번, 대기표 번호가 막 올라간다. 아내가 숨이 가쁘다며 가슴 부근이 콕콕 찌른다고 한다. 안내 직원이 심장내과로 안내하더니 대기가 많자 혹시 긴급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 응급실로 안내해준다고 먼저 설명을 해준다.
응급실은 손에 골절 입은 청년도 온다. 오른쪽 다리에 더 힘이 빠져서, 균형을 잡기 힘들다는 60대 시니어 남성도 부인과 딸과 같이 온다. 중앙의 큰 약품이 보관된 곳에 갑자기 휘장이 닫힌다. 조금 뒤 머리끝까지 흰 보자기에 싸인 분이 탈것에 실려 나간다. 유가족도 없는 듯하다.
아내는 병원복을 입고 침상에 반쯤 눕는다. 작은 주사기와 큰 주사기에 피를 뽑고 심전도 검사도 한다. X-선도 찍는다. 응급실 당직 의사는 소견상 이상은 없다고 한다. 1층에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다시 한 번 통증에 관해 확인 진료를 받는 게 만일을 모르니 좋겠다는 제안을 한다.
심장내과의 전문의가 문진한다. 그는 심전도 데이터, 혈액검사결과, 엑스레이를 보고 이미 큰 결론은 내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통증 지속 시간, 정도, 기침 여부 등을 의사가 아내에게 묻는다. 심장내과 전문의 소견은 소화불량 같단다. 아내의 가족력에 협심증이 있다고 물었다.
이 심장내과 전문의는 "5분 정도 길게 통증이 지속되야 협심증"이라고 설명해 준다. 1분도 안 되는 비지속적 가슴 통증은 협심증이 아니라고 한다. 간헐적인 가슴 통증은 위장이 안 좋아서 일수도 있기에 위장약을 처방받는다.
일요일에 70, 80대의 시니어들이 심장내과에 꽤 앉아 있다. 어떤 분은 장년의 자식과 온 분도 있다. 혼자 온 시니어도 적지 않다. 청각도 잘 안 들려 간호사들이 채혈을 안 하셨냐는 말을 몇 번을 다시 해준다. 어떤 80대의 남성은 원무과에서 일요일로 예약해 달라고 요청한다. 원무과 직원은 2014년도 1월의 일요일은 모두 예약이 끝났다고 답변한다.
팔순 대 노인은 더 말을 못한다. 노인이 특히 잘 찾는 질환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청각 능력이나 근골의 노화로 걷기가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좀 더 간편하고 명료한 동선이나 진료 일을 찾아 주는 친(親) 시니어 스케줄링을 해 줄 묘수는 없을까?
이 병원의 정문에는 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상가가 보인다. 약국들이다. 대부분 중장년이나 신장년의 시니어 수십 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약국 유리창에 복잡한 교차로가 등 뒤로 보인다. 교통신호등이 방금 녹색으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