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에게 엄마 되는 법 알려준 '멘토 엄마'

장애인 김모(30·부산)씨는 부산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가정주부 최순화(57)씨를 '어머니'로 여긴다. 김씨는 9년 전 결혼해 아이 셋을 두었으나, '엄마'나 '며느리'가 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작년 4월부터 매주 최씨를 만나면서 아이 키우기부터 부모 모시는 법, 요리법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무조건 화만 냈는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칭찬하는 일이 많아졌다. 시부모도 이젠 "우리 며느리 착하다"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이처럼 한 장애인 가정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자원봉사자 최씨도 처음 지적장애인을 대할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고 한다. 최씨는 부산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대상 부모 되기 프로그램인 '위 캔 맘(we can mom)'에 봉사자로 참여했다. 최씨는 "매달 복지관에서 전문 강사에게 지적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며 "김씨를 만나고 와서는 활동 목표를 다시 세우고, 교육받은 내용을 어떻게 김씨에게 응용할지를 연구한다"고 했다.

이처럼 멘토(봉사자)와 멘티(도움을 받는 사람)를 이어주는 멘토링 사업은 장애인이나 청소년·노인처럼 취약 계층의 사회적 소외감을 덜어주고, 자존감을 찾아준다.

우리나라 멘토링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휴먼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이뤄진다. 505개의 복지관·기업에서 멘토 1만9000명이 2만500여명에 달하는 저소득층 아동·학생·한부모 자녀·장애인 등에게 학습이나 정서적 지원 등을 해준다. 아직은 단순한 사회봉사 차원으로 여겨져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도 한 해 8억원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은 다르다. 영국은 정부와 자선단체, 복권기금에서 지원받아 청소년의 교육과 취업을 연계시키는 '커넥션 프로그램'이나 아동들에게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기관에 자금을 지원한다. 미국은 공동모금회·민간재단·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1조원 넘는 예산으로 청소년 250여만명이 학습 멘토링을 이용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성은모 부연구위원의 '휴먼 네트워크 멘토링 효과성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멘토링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을 가구당 3663원(연간 607억원) 더 낼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 부연구위원은 "멘토링 사업은 학습을 비롯해 갖가지 정서적인 지원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차원의 복지제도"라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더불어 민간재단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멘토링 문의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휴먼 네트워크(☎ 070-4044-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