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태권도 노란띠 땄어요"… 딸바보 여장부

"좋은 리더라면 (우물 안에 있더라도) 우물 밖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물 안에 있는 다른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주한미군 육·해·공군 사상 첫 여성 사령관인 리사 프란체티(Franchetti·50) 주한 미 해군사령관(준장)은 8일 숙명여대에서 숙명여대 학군단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과 삶의 균형'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작년 8월 부임한 프란체티 사령관은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출신으로, 미 명문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다 1985년 미 해군학군단(NROTC)으로 임관했다. 그는 "원래 기자가 꿈이었는데 학군단 후보생으로 활동하다 해군이 좋아져서 직업 해군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프란체티 사령관은 부임 후 언론 인터뷰에서 "군인이 되려는 한국 여대생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고 싶다"고 했고, 여대 최초로 학군단을 만든 숙명여대에서 그를 초대했다.

그는 처음에는 예비군 교육장교였지만 1987년 항해병과로 바꿨다. 지중해, 북대서양에서 이지스구축함 함장과 구축함 전대장 등을 역임한 여장부(女丈夫)다. 국방우수근무훈장, 근무공로훈장, 해군 유공훈장 등을 수상했다. 그는 "내가 주한 미군 첫 여성 사령관이긴 하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나보다 훨씬 더 재능 있는 후배들이 내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에서 여성이 전투함정을 타기 시작한 때는 1994년이다. 프란체티 사령관은 "처음 해군이 됐을 때 전투함을 탈 수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해군 여장교)는 전투함에 탑승할 날을 기다리며 최선을 다해 복무하고,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경력을 쌓았다"며 "(이러한 노력 덕분에) 막상 문이 열렸을 때 그 문을 향해 당당히 걸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흑인 여성으로는 미군 사상 최초로 4성 장군 진급이 확실시되는 미셸 하워드 제독(중장)을 자신의 멘토라고 밝힌 그는 "삶의 다양한 단계에서 좋은 멘토를 곁에 두고 어떤 리더십이 좋은 것인지 항상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리더십 철학으로 진실성, 사람에 대한 신뢰, 협동성, 긍정적인 태도, 유비무환의 자세 등을 꼽았다. 프란체티 사령관은 "리더는 구성원이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구성원이 목표를 인지할 수는 있지만 이를 수용하는 자세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고 각자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체티 사령관은 남편과 7세 된 딸을 뒀다. 그의 남편은 부인을 위해 잠시 일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함께 와 딸의 육아를 맡고 있다. 그는 "나는 가정과 친구, 일과 교육, 몸과 마음의 건강 이 세 가지를 원으로 그리고 그 원들이 똑같은 크기가 되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과 딸이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나 또한 그들과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고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얘기한다"며 "남편과 딸은 나의 가장 큰 조언자"라고 했다.

여장부는 딸 자랑을 할 땐 다른 엄마와 똑같았다. "딸이 태권도 노란 띠를 땄어요. 이제 제 딸이 나보다 한국어를 훨씬 더 잘할 거예요. 이런 멋진 나라에서 (2년간) 사는 건 제 딸의 삶에 커다란 기회가 될 겁니다. 제 딸이 한국 문화를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딸이 커서 미국의 리더가 됐을 때 한국에서 지냈던 날들을 틀림없이 기억할 겁니다." 그는 강연 땐 영어로 말했지만 시작과 끝은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프란체티 사령관은 한국 근무를 자원했다. 평소 이순신 제독을 존경한다고 말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