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분기末 매수, 분기初 매도' 전략은 위험

연초 주식시장이 부진한 것은 '역(逆) 윈도 드레싱' 효과 때문일까.

'윈도 드레싱'이란 펀드 매니저들이 연말이나 분기 말 펀드 수익률 결산을 앞두고 수익률을 높여 자신의 투자 성적을 좋게 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역 윈도 드레싱'이란 윈도 드레싱을 위해 사놓았던 주식을 다시 파는 바람에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 첫 거래일부터 코스피지수가 44포인트 넘게 떨어지자 일부 애널리스트는 "작년 코스피지수가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부진했기 때문에 수익률을 관리해야 했던 일부 외국계 기관이 주식을 대거 샀고, 올 들어 매도로 전환해서 그렇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쉽게 말해 펀드매니저들이 작년에 코스피지수가 부진하자 연말쯤에 주식을 많이 사서 주가를 받쳤고, 이제는 일단 급한 불을 껐기 때문에 주식을 다시 팔고 있다는 것이 분석의 주내용이다.

과연 올해 주식시장의 부진은 역(逆) 윈도 드레싱 때문일까. 조선비즈가 2008년 말 이후 매 분기 말 직전과 직후 10일간의 주가 흐름을 살펴본 결과 '윈도 드레싱'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맞는 경우 많아 관심 커진 윈도 드레싱

윈도 드레싱 설이 부상한 것은 작년 매 분기말엔 주가가 오르고 분기초엔 내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3월 20일부터 31일까지 코스피지수는 45포인트 올랐고, 4월 초엔 하락했다. 6월 말에도 코스피지수가 1805에서 1863으로 상승하더니, 7월 초엔 다시 1820선으로 하락했다. 또 12월 20일엔 1983이었던 코스피지수가 마지막 거래일엔 2011까지 올랐다. 또 올해 초 코스피지수는 하락 전환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해 보고서를 내기 시작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애널리스트들이 '윈도 드레싱'이란 단어가 들어간 리포트를 낸 횟수는 총 62건으로, 2012년(41건)보다 늘었다. 그만큼 윈도 드레싱이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범위 넓혀보면 무의미… 외국인·기관 매매 패턴에도 공통점 없어

하지만 지난해만 보고 '분기 말 매수, 분기 초 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8년 말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윈도 드레싱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말 이후 매 분기 말, 그리고 분기 초 코스피지수를 살펴본 결과 윈도 드레싱이 들어맞았던 건 총 42번 중 21번에 그쳤다. 반밖에 맞히지 못한 것은 윈도 드레싱 효과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특히 신년 초엔 역 윈도 드레싱 효과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올해는 새해 들어서자마자 코스피지수가 하락했지만, 신년 들어 열흘간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2008년 초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가 6년 만에 처음이었던 것이다. 2008년 말 1124였던 코스피지수는 2009년 1월 10일 1181로 올랐고, 2010년에도 연말 1682이었던 코스피지수가 1694로 상승했다. 2011년과 2012년, 지난해엔 2051에서 2081로, 1825에서 1853으로, 1997에서 2007로 상승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를 봐도 윈도 드레싱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올해는 외국인과 기관이 나란히 4107억원, 5500억원 매도했지만, 2012년 초(1월 1~10일)엔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매수세를 보였었다(외국인은 3865억원 매수, 기관은 1조434억원 매수). 또 지난해엔 외국인이 3638억원을 샀고 기관이 4019억원을 팔았다. 2011년에도 외국인은 1조415억원을 샀고, 기관은 635억원을 팔았다. 전반적으로 공통된 특징은 없었던 셈이다. 사실, 펀드 매니저들 사이엔 '윈도 드레싱'은 '괴담(怪談)' 정도로 치부되곤 한다. 실제로 윈도 드레싱을 했다고 하면 법적으로는 '시세조종(주가 조작)'에 해당하는 범죄라는 것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윈도 드레싱이 진짜 있다면 기관투자자들은 12월 초에 주식을 미리 사둘 것"이라며 "속설은 속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윈도 드레싱

펀드 매니저들이 분기 말 펀드 수익률 결산을 앞두고 투자 성적을 좋게 하기 위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역 윈도 드레싱

윈도 드레싱을 위해 사놓았던 주식을 다시 파는 바람에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