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전통酒'에 취하다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이 주재한 삼성그룹 사장단 신년 만찬에 등장한 전통주(傳統酒)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매진 사례가 빚어지고 있다.

이날 만찬에 등장한 술은 전통주 2종과 와인 1종 등 총 세 가지. 건배주로는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에서 3대째 만드는 '백련맑은술'이 올라왔다. 당진 해나루쌀과 백련잎을 사용해 빛깔이 밝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신평양조장 김동교 부사장은 "만찬주로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주문량이 평소보다 10배 넘게 늘어나 양조장의 재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라고 10일 말했다. 가격은 6000원. 인터넷이나 양조장 직영 주점(셰막)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류는 인터넷으로 팔 수 없지만 전통주는 예외다.

후식과 함께 제공된 '자희향 국화주'는 전남 함평에서 빚어낸 고급 청주다. 유기농 찹쌀과 누룩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빚은 술로서 '향기가 좋아 차마 삼키기 아쉽다'는 뜻의 '석탄향주(惜呑香酒)'를 복원한 것이다.

가격은 2만원으로, 역시 인터넷이나 직영 주점(신요가)에서 접할 수 있다.

이날 만찬에는 미국 나파밸리산 '샤토 몬텔레나 이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2009)' 와인도 같이 제공됐는데, 병당 가격은 3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 삼성은 신년 만찬에 와인만 올렸으나 올해 처음으로 전통주를 추가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와인업체들이 지나치게 마케팅용으로 이용하는데 대한 부담이 있었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만찬에 등장한 와인들은 '이건희 와인'이란 별칭이 붙으며 인기를 누려왔다.

이날 만찬장에는 이건희 회장의 72회 생일(1.9)을 맞아 '기나긴 여정(The Greatest Journey)'이란 표어가 내걸렸다. 행사 중에도 같은 제목의 영상물이 상영됐다. 영상에는 이 회장의 사회공헌 활동, 삼성의 전 계열사 사업장, 임직원들의 바람 등이 담겼다.

참석자들은 1993년부터 2014년까지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국내외 서적 30여권을 손바닥 크기만 한 미니어처 북으로 만들어 이 회장에게 선물했다. 이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다기(茶器) 세트를 답례로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