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신흥시장 열려면… 핵심기능 살리고 가격은 낮춰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신흥시장에 진출했다가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다. 자국 시장에서 한물간 제품을 일부 기능만 제거해 가격을 낮춰 출시하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흥시장에서 성공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욕구만을 만족하게 해주는데 초점을 둔 제품이면서도 기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가격보다 반 이상이나 저렴한 것들이 많다.

GE의 인도 방갈로르(Bangalore) 연구소에서 개발한 초저가(超低價) 심전도기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수명이 지난 컴퓨터 칩 등 싼값에 쉽게 얻을 수 있는 부품들을 재활용해 선진시장에서 판매되는 심전도기의 3분의 1가격인 80만원 정도로 공급됐다. 휴대하기 좋고 건전지로 작동하도록 제작된 이 제품은 선진국 병원보다 시설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인도의 수많은 병원에 보급됐다.

신흥시장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선진국 소비자들보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신흥국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고객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해야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시장 성공의 열쇠는 신흥국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여기에 맞게 역(逆)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에 있다. 이때 선진시장에서는 이미 차세대 부품이 개발되어 사용되지 않는 부품을 값싸게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 인하를 위해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불필요한 기능을 추가해 가격을 높이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이다. 미국의 벤처기업인 임브레이스(Embrace)사의 유아용품은 아주 좋은 사례이다. 인큐베이터 기능을 하는 이 제품은 인큐베이터라기보다 소형 침낭에 더 가깝다. 기존 인큐베이터에서 각종 기능을 빼서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인큐베이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한 가지 기능에 집중해 제품을 개발했다. 광택을 낼 때 사용하는 왁스를 가열해 나오는 열을 사용하는데, 아기의 건강에 전혀 영향이 없고 소독과 재사용이 가능하다. 이 제품은 4000만원 이상의 고가(高價) 인큐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신흥국의 병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병원이 없는 지역에서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려는 산모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저렴한 비용으로 충족시켜줬다. 무수한 신생아를 살려낸 혁신적인 제품으로 손꼽힌다. 수많은 산모의 원초적인 욕구를 감안해, 처음부터 역으로 접근하여 제품을 개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신흥시장에서 새롭게 형성된 중산층이 10억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오는 2022년에는 이들 신흥국 중산층의 소비시장 규모가 지금의 미국 경제규모를 능가해 20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GE의 초저가 심전도기 등은 신흥시장의 성공을 기반으로 선진시장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도 '역혁신'을 통한 제품개발을 소홀히 하고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으면, 멀지 않은 장래에 역혁신을 통해 성장한 기업들에 텃밭을 모두 내주게 될 것이다. 그때는 한탄하기에 너무 늦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