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다시보기] 수박이 때문에 망한 '왕가네', 시청률은 대박

왕가네가 또 일을 냈다.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12일 시청률 43.2%(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올리며 현재 방영 중인 모든 TV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무거나 틀어도 대박 나는 채널·시간대라는 평도 있지만, 첫 방송(8월 31일) 시청률이 19.7%였던 걸 감안하면 그 때문도 아니다.

불륜과 수위 높은 대사, '며느리 오디션' 등의 과장된 설정으로 줄곧 막장 논란을 일으켜 온 이 드라마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기승전결·권선징악의 징후가 뚜렷하다"며 "드라마가 점차 권선징악의 단계를 완성해가면서 시청자들의 쾌감을 자아낸 결과"라고 '대박'의 이유를 분석했다. 실제로 12일 방송에선 남편(조성하)의 사업이 망하자 대놓고 무시하고 바람까지 피웠던 수박(오현경)이 내연남에게 집문서를 넘겼다가 사기를 당해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엔 "수박이를 유치장에 보내라"거나 "질질 짜는 거 보니까 꼴 좋다"는 카타르시스 짙은 반응이 여럿 올라왔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씨는 "일종의 마당극 성격이 짙다"며 "촘촘한 개연성보다는 사람마다 극적인 이야기 전개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악인필벌이지만, 결국 드라마가 얘기하는 건 '가족'. 이 집의 가훈은 '입장 바꿔 생각하자'다. 진형욱 PD가 밝혔듯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가족(수박)의 실수로 엄동설한에 집이 넘어가 급히 구한 셋방에 열 식구가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힘이 되는 건 역설적으로 가족이다. 이사를 끝내고 좁은 방에서 짜장면을 먹으며 "가까이 앉으니까 식구들 얼굴도 잘 보이고 좋다"고 말하는 막내딸(문가영), 이혼은 했어도 이날 장인·장모를 찾아온 조성하가 그렇다. 문영남 사단(장용·김해숙·나문희·이태란 등)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런 가족애를 억지스럽지 않게 한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씨는 "결국 드라마는 100% 해피엔딩이 될 거다. 가족 해체가 심화되는 요즘,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보고 싶어 하는 판타지는 바로 가족의 따뜻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