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목표가 납득이 안된다면… 3大 지표 제시하라

해마다 1월이 되면 사무실에선 이런 풍경이 자주 벌어진다. "올해 매출 목표 10억원으로 하자.(팀장)" "불가능합니다. 8억원이 적당합니다.(팀원)" "에이~ 할 수 있잖아. 목표란 원래 크게 잡는 거야. 10억원!(팀장)" "팀장님, 정말 8억원이 최대입니다.(팀원)" "그래, 그럼 9억원! 오케이?(팀장)"

신년 목표치를 9억원으로 반씩 양보한 팀장과 팀원. 목표 설정 면담이 끝난 후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팀장은 '1억원 더 높였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남고, 팀원도 '1억원 더 낮췄어야 하는데'라는 찜찜함이 남는다.

매년 반복되는 목표 설정을 둘러싼 어려움. 상사 입장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부하가 목표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협상학에서 말하는 '스탠더드(Standard)'를 활용해야 한다. 스탠더드란 합의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다.

우리가 물건을 사고팔 때 활용하는 기준은 뭘까?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을 판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거 지금 다른 중고품 가게에서 사려면 90만원은 줘야 합니다." 지금, 남들은 얼마에 파는지를 협상학에선 시장가격(market price)이라 부른다. 또는 이렇게 말한다. "이거 제가 작년에 130만원 주고 산 겁니다. 1년 지났으니 30% 감가상각하고 90만원에 팔겠습니다." 이를 협상학에선 과거 가격(historical price)이라 부른다. 또는 "IT 제품 전문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이 제품의 현재 가치는 90만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처럼 어딘가에 공식적으로 산정돼 있는 기준을 공시가격(published price)이라 부른다. 결국, 우리가 협상에서 쓸 수 있는 기준은 이렇게 셋 중 하나다. 집을 사고팔 때도 마찬가지다. KB시세(시장 가격), 국토부 실거래가격(과거 가격), 감정가(공시 가격)를 기준으로 삼아 협상을 시작한다.

만약 상사가 기준이라는 개념을 활용한다면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올해 우리 팀의 다른 친구들은 다 10억원은 하겠다고 했다. 당신도 10억원 하자." 무슨 기준인가? '시장 가격'이다. 이것도 가능하다. "당신의 최근 3년간 영업 실적 성장률을 보니 매년 20%씩 더 했다. 올해도 작년보다 20% 더 높여 10억원 하자." '과거 가격'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방법은 이거다. "올 초 사장님이 신년사에서 발표하셨잖아. 올해는 작년보다 20%씩 더 해야 한다고. 그래서 10억원을 목표로 하자." '공시 가격'을 활용한 셈이다.

그렇다면 부하와의 목표 설정에서 기준은 왜 중요할까? 기준이 있어야만 상사가 제시한 목표치에 대해 부하가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납득이란 뭔가? 납득은 수용과는 다른 말이다. 수용은 상대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면 납득이란 쉽게 말하면 이렇다. "그래. 내가 팀장님(상사) 자리에 있어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다. 참, 팀장님도 회사에서 살아남느라 힘드시겠구먼." 이 정도의 속마음이 납득이다.

왜 목표를 설정할 때 납득이 중요할까? 상사가 제시하는 목표치에 대해 부하가 납득할 수 없다. 그럼 부하 입장에선 상사에 대한 '뭔가'가 사라진다. 바로 '신뢰'다. 목표를 합의할 때 가장 중요한 자산이 바로 신뢰다. 서로 간에 신뢰가 없다면 부하는 상사가 부여하는 목표치에 대해 의심한다. '자기 출세하려고, 너무 과한 목표 주는 거 아니야?"

기준은 상대를 납득시킨다. 그리고 납득은 신뢰를 만든다. 부하와 목표 설정과 관련된 면담을 앞두고 있는가? '얼마를 할당할까'를 생각하기 전에 부하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 기준부터 고민해보자. 그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