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앞 그 자리… 예약없인 못 앉아요

서울 이태원에 있는 고깃집 '투뿔등심' 카운터(counter)석 12개는 이달 말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카운터석이란 기다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손님과 요리사가 마주 앉는 자리를 말한다. 이 식당 총지배인 신종호씨는 "3주 전에는 예약해야 카운터석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 일식당 '우오'를 운영하는 CJ푸드빌 이화선 부장도 "룸(방)보다 카운터석을 요청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카운터석이 가장 앉고 싶은 자리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 손님들은 카운터석을 유난히 꺼렸다. 마주 보며 앉는 테이블이나 별도의 방에서 식사하는 '룸'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카운터석을 갖춘 식당이 늘면서 이런 곳에서 먹는 행태를 가리키는 '카운터 다이닝'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모든 자리가 카운터석인 한식 주점 '이파리(葉)', 경기도 부천의 한식당 '맛객미식쇼' 등이 대표적 카운터 다이닝 음식점으로 꼽힌다.

해마다 식당을 평가하는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R)' 발행인 이윤화씨는 "미식가가 늘어나면서 요리사가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직접 보고 묻기도 하면서 맛을 좀 더 깊이 즐기려는 손님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연인이나 지인 등 편안한 모임뿐 아니라 사업상 식사 때도 카운터석을 선호하는 추세다. 투뿔등심의 신종호 총지배인은 "접대 손님도 2~3명 소규모일 때는 룸보다 오히려 카운터석을 선호한다"면서 "특히 외국 손님에게는 특색 있는 한식을 대접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 연구가 강지영씨는 "카운터석에 나란히 붙어 앉아 요리사가 내주는 음식을 함께 받아먹으며 대화를 즐기면 거리감이 줄어들고 친밀감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