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株價, 국내보다 외국증시서 더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해외에서 거래되는 국내 기업의 주식(DR·해외주식예탁증서)을 보면,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나타난 것보다 한국 주식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해 들어 DR 가격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원주) 가격보다 더 하락했기 때문이다.

◇원주보다 더 내린 DR

새해 첫날부터 4.6% 내리며 코스피지수를 44포인트 끌어내렸던 삼성전자의 DR은 이달 들어 5.7% 내렸다.

그러나 삼성전자 원주 가격은 4.3% 하락하는 데 그쳤다. DR이 원주보다 1.4%포인트 더 많이 내린 것이다.

다른 수출주도 비슷하다. 이달 들어 현대차의 DR은 3.7% 하락했는데, 원주는 1.9% 내려 DR의 하락폭이 1.8%포인트 컸다. POSCO는 DR이 원주보다 1.3%포인트 더 많이 내렸고, LG디스플레이의 DR은 0.2% 내렸지만 원주는 반대로 1.8% 올랐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은행주도 상황은 같다. KB금융지주의 DR이 이달 들어 8.4% 하락할 때, 원주는 7.0%밖에 내리지 않았다. 우리금융지주는 DR의 하락률이 7.6%로 원주보다 0.9%포인트 더 떨어졌고, 신한금융지주도 DR이 원주보다 더 많이 내렸다.

수출주가 아닌 내수주에 대해서도 외국인이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하락장에서 주가를 받쳐줄 매수 세력이 해외 증시에 없다는 점도 주가가 더 많이 떨어진 요인으로 꼽는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4190억원을 순매도할 때, 연기금은 3381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금융투자 회사도 증시 전망을 어둡게 보고 1조3612억원을 팔았지만, 연기금의 매수가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 그러나 해외에서 거래되는 DR은 혜택을 보지 못했다.

◇원주가 더 비싸다… 차익 거래 나서

국내 기업 DR의 가격이 원주보다 더 많이 하락하자,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을 노리고 DR을 원주로 전환하는 규모도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DR을 현지에서 사서 원주로 전환한 뒤 한국에서 팔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돈을 벌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DR은 13일(현지 시각) 615.50달러(약 65만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DR 2주를 원주 1주로 교환할 수 있으므로, DR 2주를 1231달러에 매수해 원주로 바꿔 14일 매도하면 약 1만3000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물론 거래 비용이나 환율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힘들지만 일부 전문 투자가들의 거래에 이용되는데 이런 거래를 차익거래라고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월에 해외 DR을 국내 원주로 전환(DR 해지)한 규모는 현재까지 1903만주로,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의 2275만주와 비슷한 규모다. 2011년 1월부터 비교하더라도 작년 12월에 이어 둘째로 많다.

반면 이달에 원주를 해외 DR로 바꾼 'DR 전환' 규모는 현재 19만주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은 239만주, 11월은 152만주였다.

DR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은행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은행인 HSBC는 지난 9일(현지 시각) "한국은 기초 체력이 튼튼하지만 지난 몇 달간 증시에 유입된 자금을 감안하면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주식예탁증서(DR·Depository Receipts)

국내 기업이 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하고 주식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발행한다. 주식(원주)을 예탁기관에 맡기고, 이를 근거로 예탁증서(DR)를 발행한다. DR은 보관된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갖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