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눈이 모는 차가 아파트 출입 문턱을 출렁이며 넘는다. 빽빽 울던 둘째의 아기 눈이 동그랗다. 맨 뒤에 유아용 좌석 시트에 양어깨가 매여 있던 녀석은 울음도 없이 입에 엄지를 넣고 빨며 동그란 눈으로 내 눈과 만난다. 10년 전이었다. 버럭 소리가 녀석의 가슴에 박힌 듯하다.
늘 같이 다녔다. 가족의 그림자는 넷이다. 두 번째로 긴 그림자는 아내고, 세 번째, 네 번째는 아들 둘이다. 그렇게 10년을 다녔다. 차도 몇 번 바뀌었다. 긴 차도 두 대나 되었다. 작은 차는 세대나 바꿨었다.
뱀눈은 슬프다. 세월의 풍상에 허물을 벗고도 아직 이무기다. 번개 치는 풍우를 타고 회오리를 타고 하늘에 올라야 용이 된다. 언제나 용이 되고자 했는데 조그만 연못에 고스란히 꼬리부터 머리까지 돌돌 말았다.
눈은 동그랗다. 그런데도 눈의 특징을 도형으로 그려보면 네모난 눈, 동그란 눈, 삼각형 눈, 길게 찢어진 듯한 직사각형 눈 등을 그려 볼 수 있다. 놀란 아이의 토끼 같은 휘둥그레진 눈은 동그란 눈이다. 성난 돌아보는 눈은 길게 찢어진 직사각형 같은 뱀눈이다. 뱀눈은 솔직히 아빠 자격이 없는 눈이다.
눈은 유전된다. 눈빛은 더욱 진하고 걸쭉하고 인이 배게 유전된다. 눈은 생물학적 DNA로 다음 세대에 자동으로 전달된다. 눈빛은 아침의 여명 같은 부모의 인격과 분위기와 가풍에 담기고, 못사는 50년대 시골의 무지렁이 촌부(村婦)의 맹물을 담고 아침저녁으로 치성을 들이는 정성과 밤마다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아플 때나 괴로울 때나 한결같은 마음을 가진 저학(低學)이라도 지극한 모성애로 멀리멀리 돌아서라도 기어가고 넘어져 가면서 전달된다.
정화수 떠놓고, 촛불 켜고 비는 '나무 관세음보살' '아버지 하나님'은 분명 사라지지 않는다. 어느 가뭄이 심한 날 이 정성 어린 물은 자식의 목에 물방울을 적시는 쌓음(德)으로 언제인가 누군가에 의해 회귀할 것이다. 어느 태풍 부는 날 꺼져 갈지 모를 생명을 다시 지피는 불과 빛으로 그 촛불에 담긴 따듯한 빛이 불타오를지 누구도 모른다. 세상이 직접적이기만 한가. 인생은 고수다. 하늘의 그물은 넓다는 말도 있다.
세월을 거두어들일 때는 언제인가. 뿌린 씨를 세월을 거슬러 세월이 머물 던 곳에 가야 새가 아직 먹지 않고, 물에 아직 유실되지 않은 것은 거두려 한다. 어떤 밭에 심어진 게 있다면 주인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거두려 한다. 동그랗게 먼 길을 에둘러 왔다. 그리고 아픈 만큼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