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다. 나는 그런 사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나를 포토스토리텔러라고 자칭하는 이유다.

지난 가을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산골의 농가를 둘러보았다. 시골 태생이라서 농촌의 풍경이 좋아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새겨진다. 주인은 산비탈의 밭에 남겨진 마지막 추수를 위하여 일하러 나갔는지 집안에는 인기척이 없다.

외양간에 암소 한 마리가 오른쪽 귀때기에 하얀 번호표를 달고 작은 거품을 입가에 흘리며 여유롭게 새김질을 하고 있다. 간혹 머리에 쇠파리가 앉는지 고개를 휘젓는다. 긴 꼬릴 휘두르기도 한다. 사립문을 거느린 한 길 높이의 돌담은 엉성하게 쌓아져 뚫린 구멍으로 고즈넉한 햇살이 내려앉아 마당에 밝은 자기의 영토를 만든다.

외양간 좌측에 각목으로 허술하게 만든 닭장에 갇힌 닭들이 우리의 인기척에 놀랐는지 보이지 않는 홰에서 퍼드득댄다. 닭장 틀의 틈새가 좁아 햇빛이 속에까지 들지 않는다. 닭장 안은 컴컴하다. 태양도 서산으로 기울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틈새 가까이서 고개를 들고 이방인을 쳐다보는 닭의 붉은 볏이 선명하다. 머리에 비해 큰 눈동자가 두려움에 떠는 듯도 하다.

어두운 닭장과 닭 볏의 붉은 색감을 크게 대비시켰다. 닭장 틀의 거친 질감도 살려 보았다. 닭장을 뛰쳐나와 너른 마당을 헤집고 싶을지도 모르는 닭의 눈동자를 부각시켰다. 자유에의 갈망이 일기도 한다. 거친 닭장 틀의 각목이 꾸밈이 없다. 덜 다듬어진 순수에 가깝다. 그 속에 갇힌 닭은 곧 무엇인가 탈출을 노리는 현대인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 얘기를 카메라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