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맹렬한 속력으로 달리는 교육의 뉘르부르크링(Nurburgring)이다. 남보다 먼저 1년, 2년, 3년 뒤 학과목을 향해 먼저 달려야 불안하지 않다. 다들 달리기에 나도 따라가지 않으면 계속 뒤진다니 달려가야 하는 사회다.
영국 BBC 방송사의 탑기어의 속력 유희라면 속도를 적은 딱지를 붙이는 연예오락이라면 어떻게든 밟아야 한다. 대개 영국에서 차량 관련 프로그램이 보기에 박력이 있다. 강렬한 유럽 영어의 발음이 차량의 속력에 맞춰 찍는 박력이 귀에 팍팍 꽂힌다. 알아듣고 못 듣고는 둘째다. 강렬한 인상을 눈과 귀에 울리는 재미가 크다.
학교 교육은 어떻게 하는 게 21세기의 소프트, 스마트 세상에 꼭 맞는 교육이 될까? 아이들에게 국제적 경쟁력에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중 하나는 사고력의 고양이고 단련이다. 독서는 인간이 문화나 문명에 가는 나침반이다. 책을 읽고 핵심과 계통이나 배경을 이해하고 정리해 논의할 수 있고 자기만의 기술을 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읽는 애가 웃긴다. 책상다리하고 앉아 책을 읽는 애의 모습이 딱 삼각형이다. 이 삼각형이 삼국유사의 나무처럼 부욱 부욱 점점 커졌다가 원상으로 되는 것 같이 보인다. 삼각형 속에 엉덩이며, 허벅지며, 머리며, 심지어 책까지 꽉 들어찬 모습에, 복사기로 푸욱 부풀려 놓았다 풍선처럼 바람이 빠지면 줄듯 여러 개의 삼각형 프레임이 애 주위를 홀로그램처럼 생겼다 말았다 하는듯한 착시 현상이 심리에서 막 벌어진다.
아이는 삼각형이면 충분하다. 그 삼각형에 바퀴를 순전히 속도를 내기 위해 어른의 걱정과 과거에 대한 극심한 경쟁적 구도에 기인한 우려를 두 개의 바퀴로 달고 밀면 아마 그 삼각형은 잘 굴러가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고, 굴러가도 빠르게 가지 못한다. 삼각형은 인생의 자동차가 아니다.
아이가 털썩 주저하지 않아 책을 읽는 게 모두 들어간 삼각형을 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믹스하고 매칭하는 것도 정답일 수 있고,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책을 통한 아이의 사고나 창의력이 자라려면 우선 삼각형의 밑변처럼 어딘가 쭉 뻗거나 앉아 책을 올려놓을 만한 시간과 공간이 엮여야 한다. 선행은 미래를 과거로 가져오는 행위다. 과거로 먼저 가서 행위를 변경하면 미래에 장래가 바뀐다. 가령 로또 당첨 번호를 알고 과거로 날아가 그 번호의 로또를 사오면 부자가 당연히 될 거다. 자기만 그러면 된다. 모두 그러면 1/n으로 나눠야 한다.
남들보다 먼저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3년 뒤 과목을 지금 하면 미래는 바뀔 수 있고, 바뀐다. 꽃잎이 날 때 과일을 맺겠다면 꽃도 그 자리에서 달릴 수 없고, 꽃이 없기에 과일은 미래에 달릴 수 없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은 현재다. 이 현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미래에 할 것을 가져와서는 현재에 할 중요한 2~3%의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미세하지만 중요한 생리적 심리적 육체적 사회적 행동 유형을 제치면 미래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이고 혁신적이고 아니면 안정적으로 자녀를 위해 전개가 될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본다.
아이들이 책 한 권 집어 털썩 궁둥이 깔고 앉은 단순한 삼각형은 아이가 새로운 생각이나 기존의 질서나 규칙을 섬세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곰 삭이고 독특하게 재구성을 하거나 논의를 할 수 있는 순간과 공간이다. 그 공간보다 더 복잡하게 시간의 축을 하나 긋고 미래를 불쑥 꺼내와 아이가 아이로 있는 현실에 꺼내 던져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간의 무거운 짐을 아이들에게 선행해 얹어 주는 거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찰떡같이 탱탱해 날아오는 탁구공도 튕길 홍안의 피부를 가지고, 눈망울이 장난기가 눈부시거나 점잖고 잔잔한 평화와 소망과 사랑의 아이들이 열정 있게 서로 놀고 사유하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이것'을 못하고 '3년 뒤 그때 나올 그 과목'을 미리 하는 거는 혁신도 아니고, 창의도 아니다.
삼각형 속에 아이들은 쉽게 들어간다. 두 손에 책들 힘만 있고, 잠시 앉아 버틸 힘만 조금 있으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존의 질서를 아이들이 한 권 두 권 여러 권의 책을 채우고 꿰고 기워 새로운 생각이나 그 생각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와 시간과 노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 선행학습이라는 타임머신까지 등장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오히려 문혁(文革)만큼 집단적이고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면이 많다. 예습과 선행은 분명히 다르다. 예습은 현재를 기준해 미래를 가져오는 거다.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다. 선행은 미래를 기준으로해서 현재에 와서 왜곡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같아 보여도 시작이 다르면 끝도 다르다. 예습은 본 수업인 학교 수업이 있을 수 있지만, 선행은 본 수업이 있어도 없는 것과 같게 된다.
책 읽는 삼각형은 꿈꾸는 삼각형이다. 때로 다 읽고 알아서 삼각형에서 나와 풀쩍 뛰어 나와 공을 차고 치든, 철봉에 매달리든 근육도 굴신시키며 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