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며 女兒 손등에 뽀뽀만 해도… '강제추행' 걸립니다

법원이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 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최근 가해자에게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동기가 없었더라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면 유죄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규진)는 15일 공원에서 A(11)양에게 귀엽다며 손등에 뽀뽀한 혐의로 기소된 한모(68)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500만원에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교육을 받도록 선고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작년 5월 서울 강서구의 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던 A양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자, A양에게 악수하자고 했다. 한씨는 A양 손등에 입을 맞춘 후 자신의 손등에도 뽀뽀해달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A양이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대낮에 사람이 많은 공원에서 있었던 일인 만큼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양이 악수하려고 손을 내민 것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며 "한씨에게 추행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A양이 성적 수치심 등을 느꼈다면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은 작년 4월 마트 앞에서 9·11세 된 여자아이를 껴안고 "사랑합니다"고 말하며 볼에 입을 맞춘 이모(73)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작년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던 B(16)양의 팔뚝살을 만진 혐의로 기소된 30대 매니저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두 판결 모두 가해자에게 고의성이 없지만, 피해자가 두려워 울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말한 점 등을 볼 때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과거 판결과 다른 양상이다. 서울고법은 2010년 차 안에서 12세 여학생 2명에게 2만원씩 주며 "뽀뽀 한번 해야지"라고 강요해 이들의 뽀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유모(62)씨에게 "유씨가 뽀뽀를 강요했다고 볼 수 없었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만약 여학생들이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할 경우 유죄가 선고될 상황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아이가 귀여워 뽀뽀하거나 안아줬다가 경기를 일으켜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강제 추행에다 상해죄가 추가돼 징역 7~8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