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의 상속편 개정과 관련해 생존 배우자에게 상속 재산 중 최대 50%까지 배정하는 '선취분'에 대해서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게 될 전망이다.
15일 본지가 입수한 민법 상속편 개정 최종안과 조문 해설에 따르면, 피상속인(사망자)의 재산 절반을 생존 배우자에게 먼저 떼주는 '선취분'은 상속 재산이 아닌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형성한 공동 재산으로 간주해 선취분에 한해서는 세금을 물지 않도록 했다. 예를 들면 남편 사망 후 선취분을 상속했던 부인이 추후 사망할 경우 자식들이 나중에 상속세를 또 한 차례 내게 되는 '이중과세' 문제는 사라질 전망이다.
법무부 민법(상속편)개정특별분과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개정 최종안을 확정하고 지난 14일 법무부에 제출했다. 개정특위 관계자는 "개정안을 만들 때 선취분은 상속 개념이 아닌 본래 가지고 있던 권리를 행사하는 개념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혼 재산 분할의 경우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증여세를 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민법 개정 최종안에는 선취분을 상속 재산의 절반으로 하고, 배우자의 혼인 기간, 별거한 기간 및 사유 등을 참작해 법원이 선취분을 감액(減額·액수를 줄임)할 수 있는 조항을 뒀다. 또 '유언은 상속 재산에서 선취분을 공제한 액수를 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피상속인이 자녀에게 재산을 모두 주겠다고 유언해도 생존 배우자 몫이 될 선취분은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개정특위가 제출한 최종안을 검토해 이르면 이달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특위가 제출한 최종안에서 크게 바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법개정특위에 참여했던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개정특위에서는 상속법 개정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검토했다"며 "고령화 사회에 따른 생존 배우자의 생활 보장이라는 개정 취지가 끝까지 잘 반영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취분
현행 민법 상속편은 생존 배우자가 사망 배우자의 재산을 상속받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혼인 중에 부부가 함께 형성한 공동재산일 경우 생존 배우자도 실질적인 공유 지분을 가진 것으로 보고 공동재산에 대해 생존 배우자가 ‘우선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권리’인 선취분 개념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