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부방이던 블로그가 '건강보험 全科'래요

건강보험공단 김종대(67) 이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김종대의 건강보험 공부방' 누적 방문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2년 12월 블로그를 개설한 이래 400여일 만이다. 기관장이 업무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주요 내용으로 한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는 것도 이례적인데, 그의 블로그는 국내 700만여개 블로그 가운데 방문자 수, 키워드 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상위 1%에 들었다.(블로그 랭킹 사이트 '빅키워드' 분석)

14일 본지와 만난 김 이사장은 "처음엔 전국 178개 지소에 흩어져 있는 1만3000명 직원과 소통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문 결재만 해서는 경영 목표나 공단 현황을 제대로 공유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건강보험은 우리 국민 5000만 모두와 연관된 일이라 해마다 7000만건이 넘는 민원이 몰려듭니다.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실무를 제대로 알아야만 국민도 설득하고, 미흡한 제도는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거지요."

보건복지부 공무원 출신인 김 이사장은 사무관 시절에는 의료보험법 제정(1963년), 과장 때는 의료보험 실시(1977년), 국장 때는 의료보험 전 국민 확대(1988년) 업무를 맡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산 역사인 셈이다. 그는 이런 경험과 지식을 녹여 건강보험의 역사, 제도적 문제점, 개선 방향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풀어놓았다. 이를 본 한 직원은 '지난 25년간 공단에 근무하면서 주어진 일만 하다 보니 민원 전화를 받고서야 업무 내용을 파악하게 되는 부끄러운 일도 있었다"며 "이사장님을 통해 건강보험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알게 됐고, 공감하게 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이사장 앞으로 보내기도 했다.

'김종대의 건강보험 공부방' 블로그는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승진 시험을 준비할 때 반드시 들어가 보는 곳이 됐고,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나 대학원생들도 많이 찾는다고 공단 직원들이 귀띔했다.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기자들도 블로그를 보고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험료 부과 방식, 약가 결정 과정 같은 복잡한 사안을 모두 정리해 건강보험 분야의 '동아전과' 같은 참고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블로그에서 "건보료 매기는 방식이 6가지나 될 정도로 복잡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며 "소득 중심으로 통일된 부과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흡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건보 재정에도 큰 피해를 입힌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렇게 공단이 추진하고자 하는 주요 이슈에 관해 블로그를 통해 설명·토론함으로써 공감대를 높이고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김 이사장은 말했다.

"제도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의 건강보험으로 키워갈 수 있도록 '공부방'에서 건설적인 토론의 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