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펀드 수익률, 예금 利子만도 못해

노후를 책임져줄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저축펀드의 절반 가까이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지난 1년간 10% 넘는 손실이 발생한 펀드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입한 펀드의 성과를 수시로 확인하고, 계좌를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연금저축펀드 절반이 원금손실

펀드 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이고 설정된 지 1년이 지난 연금저축펀드 89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평균 0.6%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6%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은행보다도 2%포인트 낮은 것이다. 투자자들이 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플러스 알파'를 받으려고 펀드에 가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 목적과 동떨어진 결과다. 89개 펀드 가운데 은행 금리보다 수익을 못 낸 펀드는 72개(80.9%)나 됐다.

지난해 증시가 부진했던 신흥국에 투자했던 연금저축펀드의 실적이 특히 나빴다. 일부 펀드는 지난 1년간 10%가 넘게 원금을 까먹었다.

'우리행복연금차이나인덱스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파생재간접형]'은 최근 1년간 -1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행복연금이머징인덱스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재간접형]'·'동양파워연금저축라이징밸류증권전환형투자신탁 1(주식)'은 1년간 7.9%의 손실을 냈다. 우리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나빴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연금저축펀드는 총 41개로 전체의 46.1%에 달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성과가 우수했다. '피델리티연금미국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종류C'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3.6%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연금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은 3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평균 19.9%의 수익을 냈고,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2.0%로 부진했다. 코스피200 인덱스펀드는 -3.9%였고, 주식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목표로 하는 액티브펀드는 -1.3%의 수익률을 올렸다.

◇수익률 낮다면 갈아타야

과거 10년을 되돌아보면 같은 연금저축 상품 중에서 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연금저축펀드의 과거 10년 적립률은 126.5%다. 10년간 납입한 원금과 비교해 현재 잔액이 26.5% 더 많다는 뜻이다. 은행권의 연금저축신탁은 119.1%였고,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은 118.2%, 손해보험사의 상품은 116.3%였다. 펀드가 보험보다 10%포인트 정도 수익률이 더 높다.

전문가들은 본인이 가입한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을 확인하고, 너무 낮다면 계약 이전 제도를 활용하기를 권한다. 연금저축펀드 안에서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와 낮은 펀드의 차이는 46.6%나 됐다. 노후 대비 자산인 만큼, 해외주식형 펀드보다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더 안전한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추천한다.

그러나 펀드의 수익률이 낮더라도 갈아타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지난해 -13%의 수익률을 기록한 '우리행복연금차이나인덱스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파생재간접형]'의 설정액은 15일 현재 52억원인데, 지난 1년간 10억원 증가했다. 수익률을 확인하지 않고 꾸준히 납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김혜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은 "연금저축 상품은 장기 상품이어서 자주 갈아타는 것은 좋지 않지만, 수익률이 나쁠 경우 계약 이전하는 것이 좋다"며 "세액 공제 한도(400만원) 내에서 보험과 펀드로 계좌를 나눠 절반씩 납입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