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북미 겨울 철새들의 둥지 아리조나 스코츠데일

최근에 미국 애리조나주의 스코츠데일(Scottsdale)을 다녀왔다. 영국의 춥고 비바람 부는 날씨를 피해 잠깐 철새족이 되었다. 이곳은 애리조나의 주도 피닉스 공항에서 차로 30분 이내의 거리로 이름만 다를 뿐 피닉스와 같은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이 겨울 철새족들의 둥지로 주목받는 이유는 첫째 겨울 날씨가 평균 10~20도, 거의 매일 화창하게 맑은 날씨, 습도가 30% 미만으로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 예방에 좋기 때문이다. 또, 이곳은 세계적인 챔피언십 골프코스와 최상급 프라이빗 골프 커뮤니티들이 밀집해 있어 은퇴자들이 주거지로 삼거나 겨울을 보내는 세컨드 홈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이곳 부동산 관련 정보지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내려오는 Snow Bird(철새를 지칭)들의 주택 구입이 지난해 총 거래의 30%를 넘었다고 보도하고 있고 다른 지역의 미국인들과 영국인들도 이곳에 집을 사 놓고 겨울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곳에 유명한 골프코스들이 많지만, 골프를 안 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조금만 운전해서 그랜드 캐니언의 남쪽 지역을 관광할 수 있고, 이 지역의 식물들을 모아놓은 식물원도 유명하다.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로 이름을 날렸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집을 관광할 수도 있다.
 

이 집은 그가 1937년에 겨울을 보내기 위해 지었고, 후에 주거지가 되었는데 현재는 건축가를 키우는 학교 겸 재단으로 활용하며 매일 수십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특히 지은 지 거의 80년이 다 돼가는데도 환경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해 집을 짓고 태양열과 지하수를 이용하는 컨셉은 우리가 지금도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와도 멀지 않다. 애리조나라는 이름이 멀게 느껴지지만, 이곳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비행기로 약 55분, 차로 7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고 겨울 골프 지로 유명한 팜스프링스도 3시간 반, 라스베이거스도 4시간 정도에 갈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마이크 저커비치씨(전 콘티넨털 타이어 아시아 지사장)는 은퇴 후 이곳에 정착한 이유를 날씨, 수려한 골프장,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라고 꼽았다. 미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곳만 다니신 분들, 올 겨울에 이곳을 한번 다녀가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