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행복한가요? 남을 불행하게 하진 않나요"

"우리 예수회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발산하는 원천입니다. 바티칸 라디오는 작년 3월 교황 취임 후 로마를 찾은 사람이 66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어요. 그분의 꾸밈없는 미소는 즉각 감동을 불러일으키지요. 모든 인간은 궁극적 기쁨을 위해 창조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감동이지요."

예수회 총장 아돌포 니콜라스(78) 신부는 16일 서강대 강연에서 '기쁨'과 '행복'을 설파했다.

스페인 출신의 이그나티우스 데 로욜라가 1534년 설립한 예수회는 전 세계 1만 75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최대의 천주교 수도회. 또한 교육 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쏟은 수도회의 방침에 따라 설립된 한국의 서강대를 비롯해 이탈리아 그레고리안, 미국 조지타운, 일본 조치(소피아) 등 세계 200여 대학까지 총괄하는 것이 예수회의 총장이다. 전 세계 90여 관구를 정기적으로 순회하는 것도 큰일 중의 하나. 니콜라스 총장의 이번 방한도 관구 순회 차원에서 이뤄졌다.

니콜라스 총장은 교육 및 아시아 전문가. 1936년 스페인 태생인 그는 1953년 예수회에 입회해 1960년 일본 관구에 지원해 선교 사업에 뛰어들었고, 1971년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 조치대에서 30년간 신학 교수를 지냈다. 이후에도 일본관구장(1993~ 1999)과 아시아-태평양 지역구 의장(2004~2008)을 거쳐 2008년 종신직인 제30대 예수회 총장으로 선출됐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아시아에서 보낸 셈. 또 조치대 교수 시절 안식년을 서강대에서 지내 '신부님' '김치' '인삼차' 같은 단어는 능숙한 한국어 발음으로 소화하며 유머를 섞어 2시간 가까운 강연 동안 청중을 들었다 놨다 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1960년대 이후 자신이 목격한 한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전하며 "그런데 한국은 행복한가? 기쁨이 가득한 나라인가?"라고 물었다. "외부 조건에 좌우되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더 좋은 명품, 스마트폰이 나오면 금방 행복감이 사라지고, 결국엔 내가 더 얻고 높아지기 위해 남의 것을 뺏고 누르게 됩니다. 남의 불행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무조건적인 행복, 즉 지혜로운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그는 지혜로운 행복을 위해선 자기 집착을 연대와 연민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교육에 대해서도 "지혜를 전하지 못하는 교육은 무한 경쟁 속 탐욕으로 가득 찬 '불행한 전문인'만 양산할 수 있다"며 "학문 연구 방향도 가치, 공동체, 희망을 함께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동체는 미션이자 세계를 위한 희망 사인'이라고 강조했다.

니콜라스 총장은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며 함께 생각하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나아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전을 준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