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국민 전시'된 근현대회화展… 개막 69일만에 20만명 돌파

"여기 꽹과리가 몇 개지?" "하~나, 두~울, 세~엣…. 이모, 다섯 개요 다섯 개!" "엄마, 그림이 왜 이렇게 까칠까칠해요?"

박수근의 '농악' 앞에서 네 아이의 고사리손이 분주히 움직인다. 국악기로 흥미를 유도한 두 엄마의 지휘 아래 네 아이는 자연스레 그림의 질감을 얘기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이 일반 관람 69일 만에 관람객 2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시작해 16일까지 관람객 20만1169명이 전시를 찾았다. 20만 번째 관람객은 친정 전화번호 뒷자리를 똑같이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로 쓰는 우애 깊은 자매 이순희(42)·성민(36)씨와 두 사람의 이종지간 아이들이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언니 순희씨는 자녀 변준영(12)군과 수인(9)양의 방학을 맞아 경기도 고양에 사는 동생네를 찾았다. 모처럼 서울 나들이에 나선 언니와 조카를 위해 동생 성민씨는 쌍둥이 아들 김건우·건명(8)군까지 데리고 전시를 찾았다. "고궁 구경도 하고, 체험 학습도 할 겸해서 전시 보러 왔는데 이런 행운까지 주시네요. 잊지 못할 서울 여행이에요." 순희씨가 함박웃음 짓는다. 이 가족들은 꽃다발과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프린팅 액자 선물도 받았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이씨 자매처럼 가족 단위로 전시를 찾는 관람객이 늘고 있다. 이중섭의 '황소', 김환기 '피란열차', 박수근 '빨래터' 등 교과서에 실린 근현대 명작 100점을 자녀에게 한 번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임을 아는 관객들이다. 일반적으로 관람객 20만명을 넘으면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하는데, 이번 전시는 전시 기간이 두 달여 남았는데 이미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만하면 '국민 전시'라는 평가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도판으로 그림을 보는 건 '감상'이 아니라 '익히는 것'일 뿐"이라며 "어린 시절 원판으로 본 그림은 이미지로 오래오래 남는 만큼 이런 수작을 찾아가서 보는 문화를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전시는 3월 30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