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치어리더… 투자 늘게 응원하죠

암참(AMCHAM·주한미국상공회의소) 61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출신 수장(首長)이 된 김 제임스(52) 회장은 "지금도 그렇듯 앞으로도 한국을 대변하는 가장 큰 치어리더(cheerleader)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치전을 즐겨 먹고 구구단도 한국어로 왼다는 그는 지난 1일 암참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암참 역사에 비해 한국계 회장이 나온 것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 "양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두 나라를 연결하는 좋은 다리(bridge)가 되겠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그가 대표로 있는 한국MS(마이크로소프트)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사옥에서 진행됐다.

김 회장은 스스로를 '한국의 치어리더'라고 불렀다. "저는 MS 본사 CEO나 주요 임원을 만나면 왜 한국이 투자하기 가장 좋은지를 얘기합니다. 한국 정부가 다국적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질수록 이들 역시 IT·자동차·소비재 등 산업 각 분야에서 한국을 대변하는 최고의 치어리더가 될 겁니다."

암참은 한·미 간 투자와 무역 증진을 위해 1953년 설립됐다. 현재 900여개 다국적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명예회장은 성 김(54) 주한 미국 대사로, 암참의 두 요직을 한국계가 맡은 것도 61년 만에 처음이다.

김 회장은 통일한국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인구 증가 효과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통일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을 '대박'이라고 했는데 외국계 기업과 다른 산업에도 잭팟(Jackpot)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62년 한국에서 태어나 8세 때 미국계 보험사에서 일하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갔다. UCLA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IBM 및 AT&T 등을 거쳐, 2005년 오버추어코리아 대표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산 기간이 더 길지만 광화문에서 김치전과 멸치국수를 즐기고, 해외 출장을 가서도 한국 식당을 찾는 '토종 한국인'이다. 한국어도 유창하다.

2009년부터 한국MS 대표를 맡아온 김 회장은 늘 '경쟁'을 즐긴다고 말한다. 그가 취임한 이후 한국MS는 MS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최우수 법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해봤지만 한국만큼 우수한 직원들이 없어요. 회사 업무를 우선시하는 데다 '으싸으싸'하는 파이팅 정신도 있는데 못 이길 이유가 없죠. 한국 젊은이들은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이방인 취급을 받아 이름도 김정우에서 '김 제임스'로 고쳐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유엔 사무총장, 세계은행 총재, 싸이까지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취미는 40년 넘는 구력의 테니스.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 지인들과도 골프 대신 테니스로 친목을 다진다. "9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이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술 많이 먹고, 골프 많이 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술도 별로 안 마시고, 3~4년째 골프도 안 쳤어요. 자신의 확고한 캐릭터와 기반이 있다면 남들이 강요하는 대로 어색하게 맞춰갈 필요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