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전해주자 (1)-세계를 품는 아이

외손자가 일요일마다 우리 집에 오면 방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 앞에 같이 서곤 하였다. 최신 기사에 나온 나라를 찾게하거나, 동화와 관련 있는, 이야기 속의 나라를 찾아보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이야기, 바다를 막은 제방의 구멍을 밤새 막았다는 어린 애국자가 있는 네덜란드, 투우로 유명한 스페인, 또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하는 뉴스가 나오면 그 나라는 어디에 있고 어떠한 나라인가 간단한 설명을 해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지도를 붙이고 나라를 찾아보고 하게 된 것은 초등교육 현직에 있을 때 경험에 의해서이다. 그때는 마침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 월드컵대회가 있던 때이다. 학교 골마루에 월드컵 홍보관을 설치하고 세계 지도를 벽면 중앙에 붙여놓았다. 32개 참가국의 개요를 카드로 적어 지도 가에 빙 둘려 붙이고 색실로 해당 나라 지도에 연결해 주었다. 32명의 어린이로 하여금 각 나라의 명예대사를 맡게 하여(학교장 임명) 해당 대사관에 편지를 보내어 그 나라를 소개할 수 있는 자료를 받아 전시하기도 하였다. 또 어린이 기자를 임명하여 각 나라별로 분담하여 조사하고 자료를 전시하도록 하여 전교생이 보도록 하였었다.

그 중 특이했던 것을 소개하면, 포르투갈 대사관으로부터 온 고화 한 점이다. 임진왜란 시 옛 복장을 한 사람들이 화면 가득 행진하는 그림인데 그 중 일부의 사람들이 유럽 포르투갈에서 파견된 수군 원정군이란다. 1500년대 어떻게 그 먼 곳을, 어떤 경로, 어떤 연유를 통해 우리나라에 오게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퇴직 후 대학교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할 때 그 실마리 하나를 건질 수 있었다. 거의 동일 시기에 무궁화가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전래되었다는 역사적 교류 사실을 접하게 되어 놀라기도 하였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권해주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들 책상 위에 세계 지도를 붙여 주고 세계에 대한 공부를 같이 하자는 것이다. 세계의 새 소식을 따라, 한류 열풍을 따라, 지구촌 뉴스를 따라 지도상에서 세계 여행을 하여 보는 것도 적지 않은 재미이리라. 아니 전(前) 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화를 다음 세대로 전수해 준다는 면에서 얼마나 유익한 일이겠는가?

지구촌이라는 말로 세계가 하나의 생활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국제화, 세계화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생소하지 않다. 다문화가정이 바로 옆에 있거나 세계 여러 나라의 사건들을 바로 실시간 접하게 되어, 외국의 이야기들을 이웃집, 이웃 마을 이야기 정도로 느끼게 되었다. 자주 이야기되는 것이지만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세계를 친근한 이웃으로 만들어주자.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는 꿈을 꾸게 하자. 전적으로 세계 지도를 사용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20회 월드컵에 32개 국의 대진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손자와 같이 세계 지도에 월드컵에 관한 자료를 붙이는 일을 하였다. 남달리 축구를 좋아하는지라 흥미를 갖고 제가 먼저 달려든다. 국명, 면적, 인구, 수도, 국화, 국기가 그려진 카드를 만들어 지도 가에 붙이고 그 나라와 색실로 연결해 주었다. 내게도 생소한 나라 이름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그 나라가 지구 어느 곳에 있는지 한참 찾아 헤매어야 했다. 코스타리카, 코트디부아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은 내게도 생소한 나라 이름이다.

이번엔 월드컵에 대한 역사 및 참고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단매로 만들어 파일철에 넣어 주었다. 월드컵의 역사, 개최지, 조 편성표, 죽음의 조 이야기, 역대 경기의 성적표, 조별 경기 일정 등을 자료철에 철하도록 하고, 집에서 보는 어린이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얻게 되는 기사들을 스크랩하여 계속 편철해 나가도록 하였다. 다음 6월에 가서는 8개 조의 대진표에 점수를 써 넣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 손주 공부방에 지도를 가져가 붙이도록 하였지만 새 학년도가 되면 담임선생님과 상의하여 학급 교실에 붙이고 친구들과 함께 자료를 찾고 스크랩하고 서로 협의하는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도 전해 놓았다. 이렇게 세계가 바로 우리 옆에 와 있는 지금,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전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 방에 세계 지도를 붙여놓고, 월드컵을 통하여 세계를 탐구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참으로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세계를 알고 세계로 나가는 꿈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