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21 03:01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회동에 최근 醫協·정부 협상도 열려
격리된 구조·防音 좋아 인기

지난 17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의 한식당 달개비. 3월 총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처음으로 이곳에서 무릎을 맞댔다. 세종시에서 올라온 보건복지부 공무원과 의협 의사들은 함께 우거짓국을 먹으며 서로 입장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역과 가까운 접근성을 고려, 상견례 장소를 달개비로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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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 한식당의 외관. 달개비는 정·관·재계 인사들의 회합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지난 대선(大選)에서 야권 후보 자리를 놓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가리던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독 회동이 이뤄진 곳도 이곳이었다. 당시 "어떤 곳인지" 궁금해한 네티즌들의 클릭 쇄도로 달개비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 협상 다음 날 "신비롭고 예쁜 꽃 달개비를 요즘 식물학자들이 '닭의장풀'이라 쓰는데, 달개비란 이름이 얼마나 예쁘냐"라며 이 식당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사실 이곳은 안 후보의 단골 식당이다. 함재연(여·56) 달개비 대표는 "안철수 의원은 달개비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자주 찾아주셨다"고 말했다.

함씨는 원래 종로구 가회동에서 달개비 한식당을 운영해왔는데, 임대료·주차 문제로 고심하다 현 장소로 옮겨왔다. 지금 달개비가 있는 자리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인 1970~80년대 기자회견장과 명사들의 각종 회합 장소로 이름났던 '세실 레스토랑'이 있던 곳으로, 이 장소가 갖는 상징성을 달개비가 이어받은 셈이다.

달개비 위치.
이곳을 자주 찾는 단골들은 이곳의 장점으로 '격리된 구조'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달개비는 식당이라기보다 사설(私設) 회의장 개념에 더 가깝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모든 방이 따로 설치돼 있고, 방음(防音)이 잘되는 편이다. 정치인·재벌 총수·대기업 임원들이 모임 장소로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한다.

한 대기업 총수는 미국 유학 시절 자신에게 터키풍 요리를 대접했던 은인을 초청, 이곳에서 대접하기도 했다고 한다. 단골손님만 수백명으로, 회의를 목적으로 한 단체 손님이 대부분이다. 세미나 혹은 학술 모임이 많고, 기업 전략회의나 예산안 편성 등 주요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함 대표는 "유명한 사람일수록 알은체하지 않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아예 관심을 끊는다는 철칙이 일종의 영업 비결"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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