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공모주 투자? 잠깐, 파트너를 보라

중소형 증권사가 상장 주관을 맡은 공모 기업의 수익률이 대형사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보다 100% 이상 높았던 14개 기업 중 대형 증권사가 주관한 곳은 4개사(아미코젠, 사람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인텍플러스)뿐이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소형 증권사가 공모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공모가보다 주가가 높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다는 얘기인데, 반대로 말하면 대형 증권사가 적정 주가를 잘 산정한다는 뜻도 된다. 공모 기업 입장에서는 공모가가 높아야만 모집할 수 있는 자금이 커지기 때문에 대형사와 손을 잡는 것이 낫다는 결론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대신증권 등 공모 수익률 우수

조선비즈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총 139개 기업의 상장 첫날 주가를 분석했다. 이 결과 유진투자증권이 주관사 중 가장 높은 수익률(130%·상장 첫날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이 주관한 엑세스바이오가 지난해 5월 30일 첫 거래에서 공모가(4500원)보다 100% 높은 9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1만350원에 장을 마친 것이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은 3년간 공모를 주관한 것이 한 번밖에 없었다.

뒤이어 대신증권이 평균 수익률 64.8%를 올렸고, LIG투자증권, KB투자증권이 각각 수익률 63.9%, 63%를 냈다. 또 동양증권이 62%, 교보증권이 60.7%를 안겨줬다. 교보증권은 5개 기업의 공모를 주관했고, 동양증권과 대신증권은 3번, LIG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은 2번씩 공모를 진행했다.

반면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대형사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상장을 가장 많이 시킨 한국투자증권(29건)은 평균 수익률 16.5%를 기록했고, 삼성증권은 13.6%, 우리투자증권은 26.1%에 그쳤다. 신한금융투자(10.7%), 하나대투증권(10.4%) 등 은행계 증권사의 실적도 부진한 편이었다. 수익률 꼴찌를 기록한 증권사는 중소형사인 부국증권. 부국증권이 주관한 쓰리피시스템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와 비교해 15% 내렸다. 부국증권은 3년간 한 기업만을 주관했고, 이로 인해 가장 부진한 수익률이란 기록을 갖게 됐다. 쓰리피시스템의 청약 경쟁률도 0.45대1에 그쳤다.

◇엔터·전자상거래株가 주가 상승하는 경우 많아

업종별로는 엔터테인먼트와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IT 소프트웨어, 의료 및 바이오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엔터테인먼트는 수익률 65.3%를 냈고, 전자상거래 업종이 61.4%, 바이오 업종이 47.9%를 기록했다.

대기업 협력사를 둔 경우가 많은 전기전자와 에너지, 자동차, 건설, 금융은 수익률이 부진했다. 금융은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23.4%, 전기전자는 마이너스 6.6%, 에너지는 1.9%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제조업체는 성장 여력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가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년간 평균 경쟁률 467.3대1

3년간 공모 기업의 평균 주가 상승률(상장 첫날 종가 기준)은 29.9%를 기록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467.3대1이었다.

상장 직후 주가는 우수한 편이지만, 청약 경쟁률이 너무 높아 실제 수익은 미미한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지엔씨에너지는 상장 첫날 130% 올랐지만 청약 경쟁률 또한 1251대1에 달했다. 1251만원을 청약해봐야 고작 1만원어치 주식밖에 얻지 못했던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최근 3년간 공모주 투자 때의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 0.7% 정도에 그쳤다. 주가가 우수한 기업은 경쟁률이 너무 높았고, 가끔씩 공모가를 큰 폭으로 밑도는 기업이 나왔던 탓이다.

이석군 교보증권 기업금융 잠실점 센터장은 "청약 경쟁률이 높아 실제 수익은 기대치를 밑도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투자자 대부분이 박리다매 전략으로 청약에 나서고 있고, 청약 한도를 넘어서는 금액은 이틀 뒤 돌려받기 때문에 곧바로 다른 곳에 재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