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웃돈 5000만원… 아파트 분양권市場 활기

21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주변. 위례신도시로 이어지는 큰 도로를 따라 듬성듬성 놓인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분양권 상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곳의 M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작년 9월부터 단지별로 분양권 매매가 하나둘씩 허용되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진다"며 "일부 아파트는 한 채당 5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이른바 '딱지'로 불리는 분양권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분양한 신규 아파트 가운데 높은 청약률을 보인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웃돈(프리미엄)까지 주면서 분양권 구매에 나서고 있다.

◇분양가보다 최대 1억원 상승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와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 9월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위례 송파 푸르지오'는 최근 조망이 뛰어난 고층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7억6000만~8억원)보다 많게는 5000만원 정도 웃돈이 형성돼 있다. 동탄2신도시에 들어서는 '동탄 꿈에그린 프레스티지'(101㎡)는 분양가(4억8360만원)보다 2800만원(고층 기준) 정도 더 얹어줘야 분양권을 살 수 있다.

거래도 늘고 있다. '송파 푸르지오'는 3개월여 동안 분양권이 40건 이상 거래됐고 동탄2신도시에 들어서는 '동탄 자이' 역시 50명 가까이 분양권에 대한 명의변경을 신청했다. 동탄신도시의 D부동산중개소는 "동탄1신도시 아파트 전세금과 집값이 오르자 실수요자들이 분양권 전매를 통해 새 아파트를 속속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분양권 시세가 급등했다.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한 달 전 평균 9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래미안 대치청실'(84㎡) 조합원 입주권은 최근 10억3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9월 평균 25대1의 경쟁률을 보인 '래미안 잠원'은 최근 6000만~7000만원 정도 오른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분양가(3.3㎡당 3830만원)를 기록한 '아크로리버파크'도 조합원 입주권 시세가 한 달 전보다 1억원가량 올랐다. 반포동 S부동산중개소 직원은 "기존 조합원이 가진 입주권은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높은 층이고 동(棟) 위치와 방향 등이 좋아 높은 가격에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거품' 우려… 전매 가능 여부 꼭 확인해야

최근 2~3년간 분양권 시장은 거래가 활발하지 못했다. 정부가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2011년 5월 분양권 전매(轉賣)제한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크게 낮췄지만, 집값 하락과 쌓여만 가는 미분양 주택으로 분양권을 사려는 투자자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가 지난해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조금씩 오르고 작년 말 다(多)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주요 규제가 풀리면서 주택 구매 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인기 주거지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우려해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생겼다.

하지만 주택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단지만 분양권 시세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다시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파트 입주까지 2년 이상 남은 데다, 올해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추가로 분양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전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1년 뒤에나 거래가 가능한 '위례 송파힐스테이트'(102㎡)는 벌써 3000만원 웃돈이 붙은 매물이 나와 있다. 내년 6월 입주 때부터 사고팔 수 있는 서울 마곡지구 아파트(84㎡)의 분양권 시세도 1000만~3000만원 올랐다.

'닥터아파트' 권일 팀장은 "투자자들은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를 통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지, 매도자가 실제 분양 계약자와 일치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은 당첨자가 입주권(분양 계약서)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일정 기간 분양권 거래를 못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민간 아파트는 계약 후 1년간 매매할 수 없고 공공 아파트는 1년(전용 85㎡ 초과)~3년(85㎡ 이하) 뒤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