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땐 수익 2배… '레버리지'에 1800억(국내 27개 레버리지 펀드) 몰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하락하자 지수 상승 시 수익을 배로 늘릴 수 있는 '레버리지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 중 3분의 1이 이 펀드에 몰리고 있다. 하락장에서 주식을 사 상승 시기에 두 배의 수익률을 얻겠다는 심산이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고위험 상품에 돈을 넣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하락장에서도 레버리지 사랑

2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주식형 펀드에는 5484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중 운용 자산이 4583억원에 달하는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 [주식-파생]Class A'에 726억원,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주식-파생]ClassCi'에 499억원이 몰리는 등 국내 27개 레버리지 펀드에 1831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레버리지 펀드는 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릴 때보다는 현재와 같은 하락장에서 인기가 더 높다. 제로인 황윤아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경험을 통해 코스피지수는 결국 2000을 넘는다고 예상하기 때문에, 지수가 2000선 밑으로 내려가면서 나중에 되팔아 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올 들어 27개 펀드 중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펀드는 한 개도 없다. 한화자산운용이 내놓은 '한화2.2배레버리지인덱스(주식-파생재간접)종류A'가 －8.1%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KB자산운용의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주식-파생)A 클래스레버리지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덱스로코리아레버리지2.0자(주식-파생재간접)종류A', NH-CA자산운용의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주식-파생]ClassCi' 등이 7% 이상의 손실을 냈다. 운용 자산이 2조2986억원에 달하는 '삼성KODEX레버리지상장지수[주식-파생]'과 8760억원의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 [주식-파생]Class A' 역시 각각 7%, 5%가량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간을 최근 3개월로 넓혀봐도 수익률이 플러스인 곳은 없었다.

자산운용사들은 레버리지 펀드 대부분이 환매(돈을 다시 찾는 것) 수수료가 없어,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치고 빠지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방어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가 내릴 때 얼마든지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입는 원금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효과 꼼꼼히 살펴 투자해야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는 환매를 망설인다. 기초지수가 상승하면 까먹은 원금을 2배 속도로 만회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잃기 시작한 원금을 만회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단순히 하락했던 기초지수가 오른다고 해서 잃었던 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펀드는 지수의 등락이 계속되면 손해가 커진다. 이는 지수가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거나 상승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100인 기초지수가 하루는 10% 상승하고 하루는 10% 하락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기초지수 100은 110이 됐다가, 이틀 후 99가 된다. 레버리지 펀드 수익률은 100에서 120이 됐다가 20% 하락해 이틀 후 96이 된다. 기초지수는 1% 하락했지만, 레버리지 펀드는 4%의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 하락 폭은 박스권 장세가 계속돼 지수의 등락이 반복될수록 커진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기초지수가 하락하면 지체 없이 환매를 고려해야 한다"며 "지수의 등락이 계속되면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단기 투자처로만 레버리지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레버리지 펀드

레버리지 펀드는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주가지수가 상승할 때 이보다 1.5배나 2배 정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도록 만들어진 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