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언 가능하나
상속에 관한 분쟁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마 유언이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그러나 최근 잘 사는 것(well-being)만큼이나 잘 죽는 것(well-dying)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점, 유언장을 작성하면 가족 간의 재산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점, 유언을 통하여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면 오히려 자녀들의 분쟁이 줄어들 수 있는 점 등을 보면 유언장 작성은 자신 및 가족의 평화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을 해보자. 최근 보편화한 '스마트폰'으로 유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유언이란 '유언자의 사망에 의하여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목적으로 일정한 방식에 따라 행하는 법률행위'이다. 민법이 허용하고 있는 유언의 방식으로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口授證書)에 의한 유언이 있으며, 앞서 언급한 5가지 방식에 의하지 않은 유언은 법률상 효력이 없다. 예를 들어 타인이 유언자의 말을 컴퓨터로 타이핑한 유언서의 경우, 이 5가지 유언 방식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유언으로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유언은 법정의 방식을 갖추어야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는데, '녹음에 의한 유언'도 민법에 규정된 유언 방식이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방식이 간편하고, 비용도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녹음의 분실·은닉·파기·위조·변조 우려가 있고, 녹음된 음성만으로는 실질적으로 녹음자가 유언자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녹화를 한 경우 적어도 녹음자가 유언자인지 여부는 판단이 가능하므로 오지 여행 중 급작스럽게 사고를 당하는 등의 긴급한 경우에는 스마트폰에 의한 유언도 필요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녹음에 의한 유언의 방식에 관하여 민법 제1067조는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정 요건에 적합한 녹음에 의한 유언이 되기 위해서는 ①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구술해야 할 뿐만 아니라, ②유언자의 성명과 유언의 연월일을 구술하여야 하고, ③유언에 참여한 증인이 필요하며, ④그 증인은 유언이 정확하다는 취지 및 증인의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유언자의 이름이 녹음되어 있지 않은 경우, 유언의 날짜가 녹음되어 있지 않은 경우 및 유언에 참여한 증인의 성명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녹음에 의한 유언은 무효이다. 그러나 유언자가 누구인지 화면으로 특정이 가능하고, 팔순 잔치 때 등 녹화 당시 정황으로 구체적인 날짜를 확인할 수 있고, 유언에 참여한 증인이 누구인지 및 그 성명을 녹화 화면으로부터 알 수 있다면 스마트폰에 의한 '녹화'도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