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선율에 讀經… 마음에 평화가 피닐리리

음악은 누군가에겐 한낱 소리의 집합체이거나 단순한 돈벌이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아픔을 치유하는 처방전이 되기도 한다. 티베트 출신 피리 연주자 나왕 케촉(60)에게 음악은 후자(後者)에 해당한다. 그의 쓸쓸하고도 평화로운 피리 연주는 티베트인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 지친 이들의 귀를 어루만졌다.

고향 티베트를 등지고 한때 히말라야 산기슭 승려로 지내며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받다가 11년 만에 환속(還俗)한 뒤 1988년 데뷔앨범 '사운드 오브 피스'를 냈던 음악가가 최근 데뷔 25주년 기념 앨범을 한국에 발매했다. 17일 낮 전화로 만난 나왕 케촉은 무척 들떠 있었다.

"여긴 미국 콜로라도입니다. 한밤중이죠. 지금 보름달이 휘영청 떠있는데 얼마나 밝은지 몰라요. 태어나서 스물세 살까지 살았던 티베트 고향 땅 풍경과 아주 비슷해요." 신곡 3곡과 그동안 발표한 19곡으로 구성된 새 음반에서 그의 피리와 보컬, 혹은 독경(讀經)까지 곁들여가며 진행되는 티베트 음악은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명상 음악의 본령에 충실하다.

그가 피리를 불고 노래도 한 곡 '유니버설 컴패션'에서 아리랑 선율에 맞춰 '옴마니반메홈'을 독경하며 멋진 시도를 했다. "전 음악을 계획하면서 조립하듯 만들지 않고, 즉흥적으로 느껴가면서 완성해왔어요. 아리랑에 '옴마니반메홈' 가사를 곁들인 것은 한국 송광사를 방문했을 때 한 여성이 들려준 아리랑에 즉흥적으로 접목시켜본 것이었죠." 악기와 악보 없이 스스로 음악을 익히고 만들어온 그는 꾸준히 자신의 음악에 남미 오카리나, 호주의 원주민 악기 디저리두 같은 악기를 써가며 '월드뮤직'을 만들어 왔다.

"사람들이 물어요. 어떻게 해서 음악으로 세계인들의 귀를 사로잡았는지. 답은 간단해요. 절로 우러나는(spontaneous) 교감입니다. 가장 훌륭한 악기는 바로 자기 자신이에요. 나 자신을 통해 다른 이들과 교감할 줄 알고, 느낄 줄 안다면 그 사람은 이미 훌륭한 뮤지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