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금, 한 푼이라도 덜 뽑히고 싶나요

저금리 시대라 예금 금리는 바닥이고, 증시도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씀씀이를 늘리려는 정부는 세수 확보에 나섰다.

최고 41.8%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연간 개인별 금융소득(이자와 배당을 합한 소득) 4000만원 초과에서 2000만원 초과로 낮아지고, 절세 상품까지 줄어드는 추세다.

또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기준이 낮아지면서 올해부터는 고소득자들의 세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올해는 절세(節稅) 재테크를 통해 실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작년 8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중산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세제개편안을 설명하면서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뽑는 것이 세금을 걷는 것"이라고 해서 국민으로부터 큰 원망을 샀다. 조 수석에게 거위털의 비유를 빌린다면, 올해 재테크의 화두는 "멍청하게 깃털을 많이 뽑히는 거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할 수 있다.

은행·증권·보험사 PB(프라이빗 뱅커)의 투자 전문가 18명의 비법을 모아봤다. 고수들이 추천하는 올해 반드시 가입해야 할 절세 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복수 응답 허용)

◇새내기 직장인들 저금리 장마엔 '소장펀드' 우산 들어라

12명의 PB가 꼽은 '소득공제 장기펀드(일명 소장펀드)'가 올해 주목할 만한 절세 상품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소장펀드란 연봉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가 5년 이상 월 50만원씩(연 600만원 한도) 주식에 40% 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적립하겠다고 약속하면 투자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금융상품이다. 최대 가입 기간은 10년이며, 가입 후 연봉이 5000만원을 넘어 8000만원까지 올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새내기 직장인들이 가입할 만한 것으로 꼽혔다.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1년에 600만원을 소장펀드에 투자하면 연간 납입액의 40%인 240만원을 소득에서 공제받는다. 연말 정산 때 과세표준에 따른 세율 16.5%를 적용하면 39만6000원을 환급받는다. 투자금 600만원에 대한 펀드 투자수익률 외에 연 6.6%가량의 이자를 추가로 얻게 되는 셈이다.

소장펀드는 엄브렐러(우산) 펀드 구조로 오는 3월 출시될 예정이다. 엄브렐러 펀드는 우산살처럼 하나의 펀드 아래 주식·채권·혼합·해외형 등 다양한 하위 펀드들이 갖춰져 있어 투자자 성향과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펀드를 갈아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단 5년 내에 해지하면 소득공제 감면액을 추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에겐 브라질국채·물가연동국채 추천

채권 중에선 브라질국채(10표)·물가연동국채(9표)가 주목할 만한 절세 상품으로 추천됐다. 브라질국채는 고금리 이자뿐 아니라 한·브라질 양국 간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 수익이 비과세다.

또 6%에 달하는 토빈세(금융거래세)도 폐지돼 투자 비용도 축소됐다. 최근 원화 가치가 높아지고 헤알화는 많이 떨어지면서 재투자 시점으로 판단한 자산가들 중심으로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연광희 신한은행 자산관리부 차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 손실이 나는 환위험 상품이라는 인식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이 늘어나고, 증가한 원금에 비례해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늘어난 원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장기 채권이므로 필요한 경우 분리과세(종합소득에 가산하지 않고 과세)도 가능해 자산가들에 대한 추천이 많았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기록적인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점차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면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이후 발행되는 물량에 대해선 물가 상승분도 과세 대상인 만큼 현재 판매되는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 만기가 10년으로 '초장기 투자'를 해야 하고, 중간에 채권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제값을 못 받아 손해가 날 수도 있다. 특히 만기 때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까지 있다.

◇서민들에게 적합한 연금저축·재형저축

연금저축과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은 각각 9명의 추천을 받았다. 연금저축은 운용 주체에 따라 보험사 연금저축보험, 은행 연금저축신탁, 자산운용사 연금저축펀드 등이 있다.

저소득층이 올해부터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연말정산 시 작년보다 두배의 세금 환급분을 챙길 수 있다.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세금 환급 비율이 높던 소득공제 방식에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가입 금액의 12%를 환급해주는 일률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 과세 표준이 1200만원 이하로 기존에 6%의 세금 환급을 받던 근로자들도 두 배인 12%를 환급받는다. 연간 최대 금액인 400만원을 가입할 경우 기존에는 연말에 24만원을 돌려받았지만 올해부터는 48만원을 환급받는다.

하지만 연금저축보험은 회사마다 수수료가 천차만별인 데다 인터넷 상품의 경우 수수료가 최대 5%포인트 안팎이나 저렴해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 증시 침체 속에 작년 89개 연금저축펀드 중 72개가 은행금리보다 수익률이 낮기도 했다. 김혜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은 "세액공제 한도(400만원) 내에서 보험과 펀드로 계좌를 나눠 절반씩 납입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재형저축은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서민형 비과세 상품이다. 작년 3월 출시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최근 신규 가입보다 해지가 늘면서 열기가 식고 있다. 이는 금리가 4% 초반대로 생각보다 높지 않은 데다 그 금리마저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돼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 7년간 돈을 묶어놔야 한다는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형저축이 살아나려면 추가 절세 혜택이 부가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강지연 삼성증권 관악지점 PB, 구본석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 권기범 KDB대우증권 과장(회계사), 김기욱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 김미선 우리은행 분당투체어스센터 PB팀장,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김정은 KDB대우증권 컨설팅지원부 차장(세무사), 김혜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 박중혁 우리은행 WM전략부 차장,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 양재식 신한PWM압구정센터 PB팀장, 연광희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차장, 조내준 KDB대우증권 송파지점장, 주현주 신한은행 PWM강남대로센터 팀장, 차은주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차장, 황봉구 삼성생명 삼성패밀리오피스 차장, 황선아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PB(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