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克日' 이끈 삼총사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가 먹는 국내산 과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무얼까. 판매액을 기준으로 두면 딸기다. 사과·감귤·수박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2012년 딸기 매출은 1조1888억원. 그 뒤를 수박·사과·토마토·감귤이 잇는다. 딸기는 소비액에서 계란·고추와 큰 차이가 없는 중요 식품이다.

이 딸기가 얼마 전만 해도 일본 품종 일색이었다.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위기에도 빠졌다. 하지만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품종 개발과 시험 재배, 그리고 시장 개척을 통해 이제 일제는 사실상 퇴출됐다. 과일채소류 가운데 종자 자급률 1위가 딸기다. 품종 교체만 이룬 게 아니다. 맛·모양·크기 등 품질 역시 뛰어나 올해부턴 본격 해외 판매에도 나선다.

이 작업을 이끈 '딸기 삼총사'가 대표 품종인 '설향(雪香)' 보급 10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김태일(55) 장장, 합천율곡농협 강호생(61) 작목회장,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강호동(56) 회장이다. 각각 개발, 재배, 판매 부문의 대표 격이다. 강호동·강호생씨는 먼 친척이다.

"10년 전만 해도 레드펄·아키히메 같은 일본 품종이 99%였어요. 지금은 설향·매향 같은 국산이 80%죠." 김태일 장장은 "이제 일본산은 국산 출하기(11월~4월)를 살짝 비켜가는 시간 차 전략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설향과 매향을 만든 곳이 김 장장의 논산시험장이다.

"더 나은 품종을 골라내려고 하루에 1000개씩 맛보곤 했어요. 일본으로 견학 갔다가 온실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고요." 김 장장은 "딸기 하나에 씨가 200개 정도 있는데 심으면 다 다른 딸기가 나온다"며 "그 장점을 섞고 압축하는 데 수년씩 걸린다"고 했다. 그는 "애초 3년 예정으로 시험장에 갔는데 딸기에 빠져 살다 보니 20년이 지났다"고 했다. 설향은 달고 부드럽고 재배도 쉬워 내수에 최적이고, 매향은 재배는 까다롭지만 단단해 수출에 적합하다. 재배량은 설향이 압도적이다.

경남 합천은 전국 최대 딸기 산지다. 총 270농가가 넘는다. 이곳 작목회는 15년 전 전국 최초로 공동 생산·선별·출하로 '속박이'(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잘 안 보이는 곳에 끼워넣는 눈속임)를 없애고, 장기 보관이 가능한 주스·우유용 '아이스딸기'를 개발하는 등 딸기에 관한 1호 기록을 여럿 갖고 있다. 이곳 작목회 브랜드인 '첫눈에 반한 딸기'는 인기 상품이다. 강호생 작목회장은 "작년 홍콩·싱가포르·대만·러시아에 시범 수출 해보았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부턴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생산자대표조직 강호동 회장은 신품종 보급부터 판로 개척까지 고민하는 '딸기 사령관'이다. 그는 "우리 딸기 보급 10년 만에 매출 1위, 종자 국산화율 1위 작물이 됐으니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다. 설향을 능가하는 외국 품종이 언제라도 등장할 수 있으니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설향의 경우, 저장성만 더 개선되면 세계 최강 품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은 "정부가 유독 딸기에 관해선 별 관심이 없어 섭섭하다"며 "걸음마 단계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수출물류 지원금을 확대하고 대외 홍보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