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솟아날 구멍은 등잔 밑에 있다

40대 초반 직장인 박모씨. 경제적으로 꽤 여유가 있는데도 이제껏 본인 명의의 차를 가져본 적이 없다. 부인이 결혼 전부터 몰던 중소형차를 패밀리카로 쓴다. 차에 대한 로망이나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차를 사지 못한 이유를 그는 한마디로 설명한다. "마음에 드는 차가 없어서."

박씨는 개성 강하고 깐깐한 소비자다. 그의 취향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자동차 메이커 A사의 B모델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부품 값과 수리비, 보험료 등 국내에서 '수입차'를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은 가치 대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측면을 다 만족시키는 차를 그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마음에 쏙 드는 차만 나온다면 당장이라도 100% 현금을 내고 살 생각이다.

'지금은 시장점유율도 상당하고,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더 회사를 키워야 할까.' 이는 모든 기업 경영자의 공통된 고민이다. 성장 전략으로 골머리를 앓는 경영자라면, 0순위로 주목해야 할 대상이 바로 박씨 같은 소비자다. 돈을 쓰고 싶어 안달인데도 눈높이에 맞는 제품이 없어 구입을 미루는 박씨는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있다.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100% 만족스러워서 고객이 구입한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박씨와 같은 소비자는 요구(needs)에 합당한 제품을 만나기만 하면 아낌없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기업의 성장 전략은 저 먼 곳에 있는 거창한 장밋빛 계획이 아니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고, 경쟁사 대비 한 가지 이상 우위를 확보한 기업이라면 기존 사업을 더 크게 키우는 것이 최고의 성장 전략이다. 그간 모르고 있었거나, 알았지만 만족시킬 방법을 찾지 못했던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없던 시장도 생긴다. 예를 들어 최근 르노 삼성의 소형 SUV 신차 QM3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 기업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나 가격을 미세 조정하는 것도 기존 사업을 키우는 엄청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그다음으로는 기존 사업의 인접 영역에서 기회를 찾는다. 대표적인 방법이 글로벌화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기에 진입해 걱정이라면 고성장 시장을 찾아가면 된다. 선진국의 다른 기업들도 자국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에서 경쟁하고 해외에서 돈을 번다. 폴크스바겐, 유니레버, P&G, 셰브런 같은 글로벌 기업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만 사업을 하는 경쟁사를 완전히 압도한다.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 즉 세계 20~30여개 지역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어렵다. 시장마다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전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위험과 실패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성공 사례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의 애플은 컴퓨터라는 한 우물을 파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잇달아 내놓아 소비자 가전 및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인도의 타타, 브라질의 보토란팀, 그리고 삼성 등도 기존 사업과 전혀 무관한 영역에 진출해 성장을 이룬 사례다. 신사업에 진출할 때 핵심은 새로운 사업에는 기존 사업과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며, 새 비즈니스 모델에는 새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