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수익(저위험인 신용등급 A1의 경우)에 안전"… 전자短期(전자화된 채권)사채 작년 58兆발행

생소한 이름의 '전자단기사채'가 요즘 개인 투자자들에게 많이 팔리고 있다. 특판으로 판매하는 증권사마다 매진 행렬이다.

전자단기사채(이하 전단채)란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짧고, 종이와 같은 실물 없이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기존의 기업어음(CP)이 불완전 판매 등으로 시끄럽자 금융 감독 당국이 지난해 초 도입했다. 전자화돼 유통 내역이 기록되는 만큼 위·변조 가능성이 거의 없고, 발행 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장점이다.

개인 투자자에게 많이 팔리는 전단채는 자산을 유동화(자산을 팔지는 않고 주식처럼 쪼개 현금화하는 것)한 방식이다. 이는 설령 발행 기업이 부실에 빠지더라도 인수기관(증권사)이 이익을 보전해 주게 돼 있어 신용평가사로부터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 상품 중에서도 저위험 등급에 속한다. 하지만 인수회사의 매입 방식이 전단채별로 다 다르고,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급속도로 커지는 전단채 시장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단채는 지난해 총 58조원이 발행됐다. 4월까지는 발행액이 410억원에 불과했다가 5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고, 10월엔 8조원, 11월과 12월엔 12조, 18조원이 발행됐다. 지난달(1월) 발행 규모는 19조9100억원이었다. CP를 발행하던 기업이나 증권사들이 단기 운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단채 발행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단채 상당수가 특판 형식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팔리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만 대우증권이 엠스퀘어 평촌제일차, 아이비송파제이차, 케이아이에스춘천개발유동화 등을 판매했는데, 개인에게 158억원어치가 팔렸다. 이외에도 삼성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이 특판을 실시했다. 전단채를 가장 많이 발행하는 증권사는 KTB투자증권, 동부증권, SK증권, 삼성증권 순이다.

지난해 말 STX그룹, 동양그룹 사태 이후 회사채, CP 투자의 길이 막히면서 적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이 전단채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 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개인에게 팔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각 증권사만 알 것"이라면서도 "적지 않은 물량이 개인에게 넘어가는 국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단채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많이 팔리는 이유는 금리 때문이다. 전단채 또한 발행 기업이 어디냐에 따라 금리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는데, 신용등급이 A1(CP 중 가장 우수한 등급)인 저위험 등급의 경우에도 3.8~4.0%(연 기준)의 이자가 지급된다.

◇매입 확약인지, 매입 약정인지 꼼꼼히 살펴야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비록 저위험 등급의 전단채가 개인에게 주로 팔리고 있긴 하지만, 투자자의 상당수가 투자 위험을 확실히 알지 못한 채 투자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자산 유동화 방식 전단채의 경우, 발행사는 건설사가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일 때가 잦다. 이러한 SPC의 재무구조를 확실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전단채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록 인수기관(증권사)이 '문제가 생기면 대신 매입해주겠다'는 조건을 붙였더라도, 이 또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인수기관의 매입 방식은 '매입 확약'과 '매입 약정'으로 나뉜다. 매입 확약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입해주겠다는 약속이 맞지만, 매입 약정은 '발행사의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떨어지면 매입해주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떨어질 확률은 낮지만, 시공사가 부실에 빠진다거나 하면 갑작스럽게 신용등급이 요동칠 수 있다. 지난해 동양그룹, STX그룹 일부 계열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