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질적인 뻥축구… 압박축구 기본기 못배운 탓"

브라질 전지훈련 중인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55) 감독은 5일 이야기를 나누다 "그러니까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분들처럼 눈감고도 척척 해야 하는데 왜 못 하느냐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상대가 쫓아오면 공 줄 곳을 찾지 못해 허둥대다 앞으로 길게 내차는 '뻥축구'를 되풀이하는 한국 축구의 원인이 뭐냐는 질문을 했을 때였다.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는 쟁반 수십 개를 머리에 이고도 비좁은 시장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 나가는 밥집 아주머니부터, 손놀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만두를 빚어내는 동네 요리사까지 다양한 생활 속 달인이 등장한다.

초등학교 3학년 전후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국내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16년가량 공을 찼으니 '달인'이 될만한 시간과 경험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가장 잘한다는 선수들이 뽑힌 대표팀조차 "밥 먹고 공만 차는데도 그 모양이냐"는 힐난을 듣고 만다. 얼마 전 멕시코에 0대4, 미국에 0대2로 진 대표팀 선수들도 어김없이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북 현대를 국내와 아시아 정상급 팀으로 끌어올리며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의 전도사'라 불렸던 최 감독도 홍명보 감독에 앞서 1년 반가량 대표팀을 맡았을 때는 '뻥축구 감독'으로 전락하고 말았었다.

대표팀에 이런저런 소리가 쏟아진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진 최 감독은 "어차피 이견도 많고 비난도 많이 듣는 게 대표팀 감독 자리인 만큼 홍 감독이 주변의 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6월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뻥축구'의 원인은 결국 현대 축구의 키워드인 압박을 어린 시절 효과적으로 배우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세 명이 공간을 압박해오면 어쩔 줄 몰라 공을 내차게 되는 것이다.

프로팀은 물론이고 대표팀에서도 상대를 압박해 볼을 빼앗고, 상대의 압박은 효과적으로 벗어나는 기본적 움직임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했다.

축구 선수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진 브라질이나 스페인, 독일 등에서는 학습 능력이 뛰어난 15~17세에 이런 과정이 이뤄진다. 빠른 볼 처리 능력, 강하고 정확한 패스, 공간을 활용하는 움직임 등 기본을 철저히 다지는 것이다. 이 시기에 우리 청소년 축구는 승리에 집착하는 경기를 한다.

또래 청소년 선수들 사이에서 세 번째 정도로 평가받던 손흥민이 독일 함부르크 청소년팀과 분데스리가 경기 경험을 통해 국제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기회를 갖게 된 것도 한 예다.

지난 3일 전북은 창단 100년째인 브라질의 유서 깊은 명문 클럽 상파울루FC와 연습 경기를 했다. 국내에서는 공격 축구를 대표하는 전북이지만 브라질 리그의 정상급 선수들과 마주치니 패스 연결이 3번을 넘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났다.

최 감독은 "압박을 제대로 이해하고 볼 점유율이 높은 팀이 70% 정도 체력을 쓴다면 허둥대는 팀은 체력을 150% 소모해도 따라가기 힘들게 된다"고 했다.

사실 비슷한 일을 해도 누구나 생활의 달인이 되지는 않는다. 최강희 감독은 "비결을 일찍 체득해 반복하는 게 중요한 것은 축구도 마찬가지"라며 "당장 월드컵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국 축구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려면 결국은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