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고가, 신촌으로 돌린 이유? 외국인에게 번화한 도시 자랑하고 싶었죠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제 역할을 다했으면 물러나는 게 도리죠."

6일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高架)도로인 아현고가 철거가 시작됐다. 아현고가 시공 감독이던 조희범(81)씨는 담담하게 아쉬움을 표했다. 조씨는 1967년 당시 서울시 건설부 토목과 기술직 6급으로 평화건업(롯데건설의 전신)의 아현고가 건설을 감독한 현장 주역이다.

"1960년대 말에는 서울 도로가 몽땅 광화문과 종로 쪽으로 쏠려 엉켜 있었어요. 자동차가 많던 시절은 아니지만 도로망이 워낙 미흡하다 보니 시가지에서 체증이 심했죠." 아현고가 탄생은 경제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한국이 발전하면서 외국인 방문도 늘었죠. 그러다 보니 '외국인에게 발전한 서울을 보여줄 곳에 길을 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번화가인 신촌을 향하는 고가 건설이 결정됐다. "공사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그때도 우리 토목 기술이 뒤지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그렇지만 시민에게 고가 건설은 다소 충격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현에 고가 만들러 간다'니까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도로 위에 다리를 놓는다는 걸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니까요."

공사는 1967년 2월에 시작돼 해를 넘기기 전에 끝났다. 과정도 순조로웠다. "지금 같으면 고가 때문에 햇빛이 막히는 도로변 주민의 반대가 심했겠죠. 그땐 그런 것 없었어요." 완공 후 개통식도 없었다고 한다. "첫 통행자가 박정희 대통령이었어요. 호주를 방문하러 수행원들과 함께 아현고가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죠. 꽃다발도 팡파르도 관객도 없었어요. 그냥 대통령이 지나간 걸 개통식 삼았죠."

조씨는 아현고가를 '한국 토목사에서 의미 있는 구조물'이라 했다. "아현고가를 계기로 대학에서 '교량공학'과 '도로공학'이 접목됐어요. 또 이후 경인·경부고속도로와 같은 대형 공사가 많이 진행됐죠. 직접적 연관이야 없지만, 시발점의 하나라고 할까요." 그러면서도 아현고가 철거는 적절하다고 말한다. "50년 전에 비해 서울은 놀랄 만큼 변했어요. 인구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고, 차는 몇 십 배 많아졌죠. 그 시절과 같을 순 없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서울이 더 발전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