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B2B 기업, 직원이 곧 브랜드다

2013년 3월에 사모펀드인 KKR이 미국 필라델피아의 가드너덴버라는 회사를 약 4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특히 일반인들은, '도대체 무슨 회사길래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 샀지?'라며 놀랐다. 이는 B2B(Business-to-Business), 즉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는 업계 사람들만 아는 특성 때문이다. 가드너덴버는 펌프 등 부품업계에선 벤츠 같은 존재다. 글로벌 브랜드이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GE,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도 코카콜라처럼 소비자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B2B 기업이다.

B2C(Business-to-Consumer), 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에 비해 B2B 기업의 브랜드 알리기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기업 고객이 일반 소비자와 비교했을 때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매하는 과정에서 고려하는 요소가 다른 데서 기인한다.

첫째, B2B 브랜드는 그 명성 자체가 기업 고객에게 주는 신뢰가 크기 때문에 구매 과정을 단축시키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믿고 사는 성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치약을 잘못 샀을 때엔 바로 버리거나 다른 브랜드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몇 년간 써야 하는 선박 엔진은 잘못 구매하면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수년간 영향을 줄뿐더러 심지어 담당자가 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 기업 고객이 사는 물품이나 서비스는 장기간 써야 하고 물량이 많아 구매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이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 한 분석에 따르면 브랜드 가치가 높은 B2B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평균 20% 정도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는데 이는 기업 고객이 잘 알려진 브랜드를 더 신뢰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둘째, 브랜드 활동의 목표가 소비자인 B2C 기업과 달리, B2B 브랜드는 B2C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고객 기업 입장에선 구매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과정도 복잡하다. 따라서 B2B 브랜드를 팔아야 하는 기업은 거래 기업의 구매 담당자는 물론 물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현장 인력 등 많은 이해 관계자를 공략해야 한다. 고객 기업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일관성 있게 브랜드를 알리는 게 핵심이며, 이는 단지 마케팅 부서뿐만 아니라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 IBM은 최근 '똑똑한 세상 만들기(Smarter Planet)'라는 브랜드 정신을 내걸었다. 모든 사람·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지능화해서 에너지·교통·금융·도시관리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더 똑똑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인데, IBM은 제품 개발, 조직원 교육,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전사적으로 고객 기업을 공략하면서 이런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셋째, B2B 브랜드는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한 브랜드 알리기도 중요하지만, 조직원들에게 자사(自社) 제품의 브랜드 전략을 잘 이해시키는 게 필수적이다. 자사 고객의 기대치를 이해하고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는 이런 게 특징이니까 거기에 맞게 나도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시너지가 있다. 독일 운송업체인 DHL은 조직원들이 '고객의 이메일, 편지, 전화에 24시간 내에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행동 강령을 실행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브랜드인 개인적인 헌신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고객인 B2B 브랜드는 소비자가 고객인 B2C의 단순 이미지 홍보보다 '기업 고객이 우리 회사의 물품을 구입하면 어떤 점이 좋더라'는 식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경험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점부터 이뤄지며 전문적인 상담, 빠른 애프터 서비스 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따라서 B2B 기업들이 브랜드 전략을 실행할 때에는 자사의 브랜드 전략이 뭔지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모든 조직원이 일상 업무에서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