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성장·低수익 함정, 배당으로 탈출하자] [4·끝] 국민연금發 '高배당 문화' 올 주총서 정착될까
입력 : 2014.02.09 22:18
-선진국 연금, 배당에 영향력 행사
대주주 국민연금 나서는게 당연… 운용수익률 높이는 효과도 한몫
"자금유보 불가피한 기업등 감안… 부작용 없게 신중해야" 지적도
포스코는 지난해 순이익(1조3550억원)이 2012년에 비해 43% 급감했다. 하지만 1월 말 이사회에서 올해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금은 주당 6000원으로 정해 이미 지급한 중간배당 2000원을 합하면 작년과 같은 금액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측은 이 같은 결정 배경에 대해 "주주 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이유로 들었지만 재계와 증권가에선 이 결정이 국민연금의 입김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의 7.5%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가 "올해 주주총회 시즌 전에 투자 기업들에 대해 배당을 높이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민연금발(發) 배당 개혁이 이뤄질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쥐꼬리 배당문화에 변화 바람일까?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이 주주를 위한 배당에 인색하다는 지적은 증권업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기업의 배당 정책은 경영진과 주주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 영역이어서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다시 국내 경제에 돌려주는 수단은 여러 가지인데, 배당이 특히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라 정부가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이 같은 결정 배경에 대해 "주주 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이유로 들었지만 재계와 증권가에선 이 결정이 국민연금의 입김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의 7.5%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가 "올해 주주총회 시즌 전에 투자 기업들에 대해 배당을 높이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민연금발(發) 배당 개혁이 이뤄질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쥐꼬리 배당문화에 변화 바람일까?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이 주주를 위한 배당에 인색하다는 지적은 증권업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기업의 배당 정책은 경영진과 주주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 영역이어서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다시 국내 경제에 돌려주는 수단은 여러 가지인데, 배당이 특히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라 정부가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목소리가 큰 기관투자가, 특히 '대장' 격인 국민연금이 나서는 것이다. 본지가 시가총액 10대 기업의 국민연금 지분을 조사한 결과 삼성생명을 뺀 9개 기업의 국민연금 지분이 모두 6% 이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임원은 "현재 법규정상 5% 이상 지분을 가진 부분만 공시를 하도록 돼 있다"며 "국민연금은 시가총액이 조 단위를 넘는 모든 대기업의 주요 주주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영향력이 막강한 국민연금은 그동안 기업 배당에 대해 명시적인 언급을 하기를 꺼려왔다. "전 국민이 낸 돈으로 주식을 산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연기금 사회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고 자유로운 기업 경영을 침해한다"는 재계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기업별로 사정에 따라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는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재무적 투자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입장이다. 배당 확대 요청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논란과는 무관하게 중장기적인 연금 운용 방향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연금 수익률 고려하면 당연한 요구" 평가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함께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경우 상장기업들도 배당정책을 재고(再考)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포스코의 배당금 결정이 좋은 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대표는 "경제가 성숙하면 기업들의 성장 속도도 느려지고 자연스럽게 배당은 늘어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 단계에 들어온 지 수년이 됐는데도 대기업들의 짠물 배당이 여전하다"며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는 이런 큰 흐름을 봤을 때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하고 이에 따라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도 배당 확대 요구가 불가피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은 3.74%였는데, 이는 2012년 6.37%의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자국 증시 호황으로 작년 운용 수익률이 16.2%에 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근로자 연금(이하 캘퍼스ㆍCalFERS)에 비해 극히 부진한 것이다. 캘퍼스 같은 선진국의 연금들은 투자기업의 주주총회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적인 의결권 관리회사에 주총 준비를 맡기는 식으로 기업의 배당 정책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3월 내부에 별도의 책임 투자팀을 신설해 이런 국제적인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상장기업의 배당 확대가 부작용이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추가 투자를 위해 자금 유보가 불가피한 기업이나, 은행 등 금융회사처럼 자본 건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배당을 늘리라고 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런 부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영향력이 막강한 국민연금은 그동안 기업 배당에 대해 명시적인 언급을 하기를 꺼려왔다. "전 국민이 낸 돈으로 주식을 산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연기금 사회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고 자유로운 기업 경영을 침해한다"는 재계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기업별로 사정에 따라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는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재무적 투자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입장이다. 배당 확대 요청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논란과는 무관하게 중장기적인 연금 운용 방향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연금 수익률 고려하면 당연한 요구" 평가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함께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경우 상장기업들도 배당정책을 재고(再考)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포스코의 배당금 결정이 좋은 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대표는 "경제가 성숙하면 기업들의 성장 속도도 느려지고 자연스럽게 배당은 늘어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 단계에 들어온 지 수년이 됐는데도 대기업들의 짠물 배당이 여전하다"며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는 이런 큰 흐름을 봤을 때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하고 이에 따라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도 배당 확대 요구가 불가피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은 3.74%였는데, 이는 2012년 6.37%의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자국 증시 호황으로 작년 운용 수익률이 16.2%에 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근로자 연금(이하 캘퍼스ㆍCalFERS)에 비해 극히 부진한 것이다. 캘퍼스 같은 선진국의 연금들은 투자기업의 주주총회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적인 의결권 관리회사에 주총 준비를 맡기는 식으로 기업의 배당 정책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3월 내부에 별도의 책임 투자팀을 신설해 이런 국제적인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상장기업의 배당 확대가 부작용이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추가 투자를 위해 자금 유보가 불가피한 기업이나, 은행 등 금융회사처럼 자본 건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배당을 늘리라고 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런 부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