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사이버 시대를 사는 시니어의 자세

첨단 문명은 역사의 변화를 이끌었겠지만, 최근 범람하는 사이버, 아바타, 스마트폰 등의 말들이 인터넷과 함께 우리 생활의 급격한 용어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른바 현대의 사이버공간이 전통의 생활공간에 얹혀진 채, 또 다른 문화로 변화하고 있음을 우리는 겪고 있다. 기껏해야 유선전화나 팩스가 이제 무선전화와 컴퓨터통신으로 인해 그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을 감지할 뿐이다. 이제 집에 있는 우체통은 먼지가 쌓여 있기 다반사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습관처럼 열어보는 전자우편의 위력이란 더 강조할 나위도 없다. 가히 사이버 공간의 통신이 '의식주'에 이어 '의식주통'으로서 제4의 생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하겠다.

예로부터, 중장년 지식인의 역할은 '인간 존엄성 지킴이'로서 그 본연의 자세를 견지해 왔다. 어떠한 경우든 인간성 파괴라는 돌연변이 변화를 막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산소 역할을 해왔었다. 즉, 인간 본연의 모습은 아름다움으로 향함이라는 사실을 항시 일깨움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평온을 존속시키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시니어로서의 우리는 상상과 현실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버 시대를 어떠한 의미로 임해야 할 것인가?

한 달이 멀다 하고 앞다투어 새 상품이 나오는 사이버 시대, 일반 화면을 뛰어넘어 '기억소자화면'이나 '입체화면' 등이 등장하고 있는데, 특히, 아바타라는 일종의 사이버캐릭터가 우리 눈앞에서 말하고 움직이고 인사하는 다양한 존재로 나타나고 있는 것에 경계의 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은 이 아바타에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을 붙이거나 자신과 비슷한 옷을 입히거나 소리 혹은 음성을 내거나 듣게 하는 등 첨단 과학의 부가기능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 시대의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2세처럼 '제2의 자아'로 여기는 형태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바, 이미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로봇이나 복제인간의 개념으로 일부 경험하고 있는 상태라 하겠다.

사이버 세계의 총아인 아바타의 오해는 결국, 인간 성격발달이론을 주장한 교육심리학자 에릭슨의 제1단계 '신뢰'와 '불신' 관계 형성을 볼 때, 굳이 ‘유아를 돌보는 어머니의 관계’에서 ‘아바타를 돌보는 자신의 관계’로 자칫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에릭슨의 마지막 제8단계 논리에 따라 '맹신의 아바타 가꾸기에 실패'하는 경우, 대리 만족 붕괴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은 '무조건적인 무력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무력감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의 극치'는 사이버 세계에서 어떠한 현상으로 나타날지 그 예측을 불허한다. 사이버 폭력은 국가와 국가의 전쟁에서 개인과 세계의 전쟁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피해는 곧 자기 자신이 그 첫 번째요, 두 번째는 다름 아닌 불특정 다수의 모두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시니어 세대에 국한한 것은 아니겠으나, 우리는 모두 사이버공간이란 장소와 물질에 기반을 두는 기존의 지리적 공간 개념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특성을 한시라도 잊지 않아야 한다. 즉, 실물이나 지리적 공간이 실재하지 않지만, 보고 듣고 느끼며 활동하고 있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실의 세계란 점이다. 특히,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하여 존재해 그 어떠한 경계가 없는 무한대급의 공간이다. 따라서 상상력이 그 힘의 중추로서 다양한 규제나 제약이 현실과는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교류되는 정보 일체는 누구나 임의로 수정 및 삭제할 수 있고, 시공을 초월하는 모든 정보를 순간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사이버 세계는 누구나 아이디와 암호만 알면 서로 접속할 수 있다.

이러한 사이버 세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나름대로 자기만의 고유의 기본 지침을 다시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즉, 사이버 공간의 주체는 인간이며, 모든 인간의 공동체의 공간으로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린 공간이기에 스스로 가꾸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강령으로는 타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존중하고, 타인의 정보를 보호하고, 자신의 정보도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사이버 내의 모든 자료는 건전한 정보로 옳게 사용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실명으로 활동하여 자신의 아이디로 행한 행동에 대하여 책임지는 현실 세계의 윤리강령 실천을 통해 건전한 사이버 세계 문화를 조성해 나아가야 한다.

대체로 서서히,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현실화된 인터넷시대의 중장년 지식인 대부분은 사이버 세계에 대한 적응이 물론 쉽지는 않다. 하지만 급변하는 문화 모습을 형성해 가고 있는 사이버 세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새로운 현실 세계의 도래를 안전하게 흡수해야 하는 측면에서 선택이 아닌 의무라 하겠다. 작금의 사이버 세계보다 그 이상 어떤 세계가 펼쳐진다 해도, 인류를 존속시키는 시니어 세대의 힘이란 앞으로도 영원해야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