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펀드 '왕의 귀환'

미국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84·사진)가 작년에 6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면서 헤지펀드의 왕좌에 화려하게 다시 등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 시각) 헤지펀드 투자 수익률 순위를 집계하는 LCH인베스트먼트 자료를 인용, 소로스의 퀀텀기부펀드가 지난해 55억달러(약 5조9150억원)의 수익을 거둬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준 헤지펀드에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퀀텀기부펀드의 총운용액은 286억달러로 작년 수익률은 20%에 달했다. 퀀텀기부펀드는 1960년대 설립된 '퀀텀펀드'를 모태로 해서 그동안 다른 펀드와 합병을 통해 여러 차례 변신을 해왔으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당국의 헤지펀드 규제가 엄격해지자 소로스는 투자자 돈을 대부분 돌려준 뒤 자신과 가족 자금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 소로스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확히 예측해서 29%의 수익률을 올린 이후 경쟁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퓨어 알파 펀드' 등에 밀려 있었다. 전문가들은 '소로스의 재등극'에 대해 "다양한 분산 투자를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태계인 소로스는 1930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1956년 미국으로 이민 갔다. 이후 1973년 짐 로저스와 함께 '공격적 투자'를 내세워 퀀텀펀드를 운용하면서 금융계의 신화를 이끌었다. 1992년에는 100억달러에 이르는 파운드화 투매를 통해 영국 정부를 굴복시키고, 이 과정에서 환차익 등으로 2주일 만에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 대신 환율·금리 같은 고위험 헤지 상품에 투자해 거액을 벌어들이는 그를 두고 '전설의 환투기꾼' '투자 사냥꾼' 같은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80억달러를 기부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 이어 세계 3위의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