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공모株 상장 첫날… '작은 놈'이 월척, 금메달이네

공모주에 투자하려면 '대어'(大魚)급보다는 소형주를 노리는 게 나았다.

최근 5년 동안 신규 상장한 기업들을 살펴본 결과, 공모 규모가 작은 기업의 상장 첫날 수익률이 대형 공모주의 두 배에 달했다. 증시에서 주목받는 대형 공모주보다 소형 공모주의 실속이 더 좋았던 것이다.

공모주 투자는 일반적으로 상장 직후 공모주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공모가에 비상장 주식을 산 뒤 상장이 되면 주식시장에서 시가로 매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소형 공모주는 공모가가 낮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참고할 만하다고 말한다.

◇소형 공모주 수익률 48.9%

조선비즈는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의뢰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285개 기업의 상장 첫날 수익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공모규모가 100억원 미만인 소형 공모주들의 상장 첫날 수익률이 48.9%로 가장 높았다. 이는 공모규모 500억원 이상인 대형 공모주 수익률(26%)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공모규모 1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인 중형 공모주들의 수익률은 24.5%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거의 매년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2009년 100억원 미만 소형 공모주들의 수익률은 65.5%인데 500억원 이상 공모주는 33.1%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12년엔 소형 공모주 수익률이 38.5%로 양호했지만 대형 공모주들은 -0.1%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차이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2009년 10월에 상장하며 대어로 불렸던 하이트진로는 첫날 수익률이 3.5%에 머물렀지만 같은 해 4월에 상장한 의료용 카메라 제조업체 뷰웍스는 130%를 기록했다. 2010년 IPO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됐던 삼성생명의 첫날 수익률(3.6%)은 같은 해 상장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투비소프트(130%)의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11년 상장한 롯데하이마트는 첫날 -3.4%의 저조한 수익률을, 인텍플러스는 공모가의 두 배가 넘는 수익률(130%)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6224억원을 공모한 현대로템(68.5%)이 선전했으나 소형 공모주인 금호엔티·지엔씨에너지의 수익률(130%)에는 못 미쳤다. 최근 5년 내 수익률이 좋았던 상위 30개 공모주 가운데 공모 규모 500억원 이상의 대형 공모주는 단 3개뿐이었다.

◇"소형 공모주, 상장 첫날 팔아야"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공모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어급 공모주는 공모가 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비상장 업체의 상장을 도와주고 공모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데, 공모 금액이 큰 경우 해당 업체를 유치하려고 공모가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게 된다. 공모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을 팔아 얻는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소형 공모주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공모가를 제시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규모가 작고 인지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공모가가 낮으면 공모 금액이 줄어 불리하지만 투자자는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 때 기관투자자들이 소형 공모주에 대한 투자를 위험하게 평가, 낮은 공모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공모주의 경우는 대형 공모주에 비해 매출이 늘어날 여지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아미코젠·엑세스바이오 등 상장 첫날 수익률이 좋았던 업체 다수는 바이오산업과 같은 성장 산업군에 속해 있다.

한편 공모주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상장일부터 3~4일간 적극적으로 투자 회수에 나선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형 공모주의 수익률이 좋은 만큼 주가 하락 폭도 더 클 수 있다"며 "상장 첫날 파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