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이야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은 당신을 만난 것이야!” 안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배시시 흐른다. 음지의 얼음 덩어리처럼 가슴을 짓누르던 체증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천근만근 무게의 응어리를 가볍게 녹여낸다.고운 말 한마디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한다. 쉬운 일이면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소홀하기에 십상이다. 서로 잘 알기에 이해하리라는 생각이 전제되어서다.

부부나 부모와 자식 관계 등 정말 가까운 사이라 하여도 이성적으로 이해할지 모르지만, 감성적으로 서운함은 갖기 마련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신비의 세계로 이끌어가며 즐겁게 하는 마술을 익히기까지는 어려움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몸에 익숙해지면 나름대로 기술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대화법도 시작이 쑥스럽지만 몇 번을 하다 보면 일상처럼 돼 간다. ‘시작이 반이다.’란 말이 그런 뜻도 포함돼 있지 않을까?

젊은 시절에 연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하여 쓰던 연애편지의 미사여구도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때로는 자신의 능력에 부딪히면 글 잘 쓰는 친구의 솜씨를 빌리기도 하였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어떻게 보면 요즘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작업”과 같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한 프로그램에서 강의 중에 예로 든 젊은이의 대화도 그렇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노력한다. 한 청년이 여자 친구와 데이트 중이다. 처녀의 눈을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그윽하게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한 가지 물어봐도 돼?” “무엇인데?” “응 혹시 자기 아버지 직업이 도둑 아니었어?” 여자 친구가 화들짝 놀라자 남자는 이렇게 말을 잇는다. “응, 자기 눈이 하늘에서 훔쳐다 놓은 천사 눈 같아서 말이야!”

또 어느 날 데이트를 하다가 여자 친구에게 한 마디 물어본다. “나, 자기 입고 있는 옷의 상표 좀 보면 안 될까?” 깜짝 놀란 여자아이는 되묻는다. “왜?” “천사표일 것 같아서!” 여자아이는 더없이 기뻐진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젊음의 특권인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행동이 둔해지고 감성이 줄어든다. 대화도 메말라간다. 닭살 같은 노부부가 없지는 않지만, 사이도 멀어진다. 각 방을 쓰는 경우가 많아진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다. 스러져 가는 감성을 되살려 보면 어떨까? 밤하늘에 별이라도 따다 줄 것 같던 그런 마음을 되살릴 수는 없을까? 세상 사는 일은 마음먹기라 했다. 더불어 사는 인생이다.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산다. 독불장군은 없다 했지 않은가? 나이가 들수록 곁에 남는 사람은 부부뿐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을 기쁘게 한 일이 곧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이다. 평생을 함께하는 안사람은 더욱 중요하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다. 평생을 부인의 속을 썩이던 남편이 죽고 나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남편이 운명하고 나니 집안이 휑하여 두렵기도 하다는 어느 할머니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리 미워 보이는 남편이나 안사람도 곁을 떠나고 나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살아생전에 ‘당신을 만난 일이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이었어!”라는 사랑의 표현을 하여 보면 어떨까? 세월은 나를 언제까지나 기다려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