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大금융 실적 하락, 작년 순익 총 38%(2조8000억원) 줄었다

신한금융그룹은 11일 "2013년에 당기순이익 1조9028억원을 기록해 전년의 2조3227억원보다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기 부진과 기업 구조조정 등이 원인이다.

신한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신한에 앞서 KB, 우리, 하나 등 다른 4대 금융 그룹도 지난주에 작년 실적을 발표했는데 전년보다 크게 저조했다. KB금융은 순이익을 1조2830억원 내 전년보다 25.9% 감소했고, 우리금융은 2892억원으로 82.3%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1조200억원으로 37.1% 줄었다.

4대 금융 그룹의 순이익을 합한 액수는 2012년 7조3000억원에서 2013년 4조5000억원으로 38%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50.8%)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작년 금융사들의 상황이 금융위기 때처럼 어려웠다는 뜻이다.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의 실적이 대폭 하락한 것은 대기업 부실과 저금리 기조라는 두 가지가 원인이다. 지난해 STX 등 대기업들이 대거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4대 금융 그룹은 앞으로 떼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액을 미리 손실로 반영했다.

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감소하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높게 받아서 이익을 내는데, 이런 예대마진은 금리 수준이 낮아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신한은행은 작년 4분기(10~12월) 예대마진이 1.79%로 2012년 4분기 1.85%보다 감소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가장 큰 수익 원천이 예대마진인데 이게 줄어들고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경기가 작년을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조금씩 좋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등 전반적 경기 상황이 나아지면 새로운 대출 수요가 생기고, 동시에 부실률도 떨어지면서 수익이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병이 많다. 연초부터 미국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경제 위기 같은 외부 위험 요소가 생겨나는 등 경기가 기대만큼 빠르게 반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개인 신용 정보 유출 사태로 텔레마케팅 영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각 금융 그룹의 보험·카드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최근 은행주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주가는 11일 3만6250원으로 지난해 말 4만2250원보다 14.2% 하락했다. 또 우리금융은 작년 말 1만3300원에서 11일 1만1400원으로 14.3% 내려갔다.

지난해 말 은행주는 올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엔 올해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적 실적 악화를 피하려면 상시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수익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